오비토 전후 생존 IF 시리즈 전체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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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모아서(후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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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どれみ野ソラコ

역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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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비토가 있는 세계





 오비토가 수감된 지 3개월이 되었다. 신문부에서 하는 진술은 수 일 전 끝나고, 카카시에게 겨우 면회 허가가 내려졌다.


 카카시는 아직 일부긴 하지만 이미 조서를 읽었다. 거기에는 사실만이 적혀 있고, 오비토의 심정에 관한 서술은 거의 없었다.


 오비토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지옥을 받아들이는 것을 회피해, 자신을 지키고자 한 것일까? 바꿔 말하면, 거기까지 몰려져 있다는 것――.


 카카시는 오비토와 만나, 이 불안을 한시라도 빨리 불식시키고 싶었다.




 오비토와의 면회 당일, 카카시는 이비키를 따라 신문부 내에 있는 면회실로 향한다. 가는 길에 오비토의 상태를 물어보면 딱히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없어, 불안이 점점 더 심해질 뿐이었다.


 "본인은 딱히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입실 직전, 이비키가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간다. 방 중앙에는 큰 책상이 있고, 의자가 마주 보도록 한 개씩 놓여 있다. 오비토는 그중 하나에 앉아있었다. 의자에 걸터앉아, 등받이에 몸을 축 늘어놓고 있다. 태도가 좋지는 않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건강해 보였다.


 회색 작무의를 입고 있다. 뒷짐진 채로 결박된 양손의 상태는 알 수 없다. 오른눈은 물론 봉인되어있다.


 카카시가 독방의 사스케를 만났을 땐 구속복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도주 방기 겸 자해 행위를 막기 위한 복장이었다. 오비토도 독방에서는 구속복이겠지만, 신문부가 카카시를 염려하여 보통 죄수복인 작무의를 입힌 건지도 모른다.


 오비토는 카카시를 보려 하지 않았다. 입을 시옷 자로 구부리곤, 책상 위를 노려보고 있다. 그 뒤로 신문부 대원이 한 명, 방의 구석에 있는 작은 책상 앞에 기록 담당자가 한 명, 그리고 카카시의 뒤쪽에 붙어있는 이비키로 합계 세 명이 이 면회의 감시역이다.


 "머리카락, 조금 자랐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을 때, 오비토의 머리카락을 자세히 보았다. 그것은 뿌리부터 하얘서, 더 이상 검은 머리카락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비토는 카카시의 목소리에 이쪽을 보려 하지도 않고, 여전히 책상 위를 노려보고 있는 채다.


 "가끔, 토혈한다며... 괜찮아?"


 "평범한 사람이 구토하는 거와 똑같다."


 그럼 괜찮은 건가,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도 자주 구토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상당히 난처하게 되었다고 할까......


 "매일 밤, 가위눌린다며..."


 "매일 밤, 꿈에 네가 나와."


 오비토는 카카시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대답을 할 수 있었지만, 곧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식사, 하지 않는다는데 정말이야?"


 "필요 없어."


 "먹을 수 있잖아?"


 "그렇지."


 "그러면 먹도록 해, 식사는 생활의 기본이니까."


 이때 처음으로 오비토가 카카시를 제대로 보았다.


 "아까부터 뭐야? 너는 내 주치의인가? 아니면 엄마인가?"


 진지한 표정으로 있던 신문부 대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부탁한 책 속에 러브러브 파라다이스 마음대로 넣지 마라."


 카카시는 2주 전, 오비토에게 차입물로 책을 보냈다. 오비토에게 뭔가 해줄 수 없겠냐고 이비키에게 상담하였더니, 책을 읽고 싶다는 대답을 들어, 오비토에게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작성케 하고, 카카시가 준비한 것이었다. 그 목록 안에는, 인종과 거기서 파생된 종교·신앙에 관련된 서적, 군학, 병학, 사상학 등, 어린 시절의 오비토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전 책 제목이 나열되어있다.


 그중 딱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지라이야가 저술한 '근성 닌자전'. 그렇다면 러브러브 파라다이스도 넣어두고자 카카시가 신경 써서 세 권을 몰래 넣은 것이었지만...


 "내가 부탁한 게 아니라는 걸 믿어줄 때까지 사흘 걸렸다고."


 신문부에서는 목록을 파악하고 있을 터이므로, 오비토가 부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걸 가지고 사흘 내내 오비토를 놀렸을 테지, 카카시는 두 사람의 양호한 관계에 절로 흐뭇해졌다.


 "그래서 감상은? 재밌었지?"


 "당연히 검열에서 걸렸다."


 카카시는 오비토의 뒤에 있는 대원을 봤다. 그러자 대원은 미안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문부가 오비토에 대해선 그렇게 엄하지 않아서 러브러브 파라다이스 정도는 읽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무르지는 않은 것 같다. 


 "언뜻 듣긴 했습니다만..."


 대화를 적고 있던 기록 담당자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소문대로, 두 분은 정말로 사이가 좋으시네요."


 "어떤 소문이야!?"


 두 사람이 동시에 태클을 걸어와, 또다시 주위에서 웃음이 터진다.


 "쌍둥이 같은 싱크로율이군."


 감탄하면서 바보 취급 하는 듯한 이비키의 목소리에, 오비토는 기록 담당자 쪽에서 카카시의 뒤쪽으로 시선을 옮겨, 이비키를 향해 힘껏 눈총을 쏜다.


 카카시는 그런 오비토의 모습에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다.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가 당연한 듯이 카카시의 일상 속에 있다. 그 기적이 그저 기뻤다.


 전장에서 오비토와의 충격적인 재회에서부터 마을에 수감될 때까지, 시간은 맹렬한 속도로 흘러가고, 그런 감동을 느끼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새로이 느끼고 있는 이 시간, 이 세계...... 이곳은 오비토가 있는 세계인 것이다, 라고.


 카카시의 시선을 눈치챈 듯, 오비토가 이쪽을 본다.


 "서클렛..."


 "어?"


 "올려서 왼쪽 눈 좀 보여봐라."


 카카시는 오비토가 말하는 대로 서클렛을 비껴올렸다. 오비토는 의자 등받이에서 상반신을 일으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몸을 내밀었다. 얼굴을 가까이 내밀고 카카시의 왼쪽 눈을 들여다본다.


 "... 괜찮은 것 같군, 그래서 상태는?"


 "꽤 순조로워."


 그렇게 대답하면, 오비토는 카카시의 왼쪽 눈에서 오른쪽 눈으로 시선을 옮기고, 우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 오비토로부터 왼쪽 눈을 돌려받은 직후, 곧바로 눈을 뜨지 말라고 들어, 언제나처럼 서클렛으로 덮고 있었다. 며칠 뒤에 눈을 떠봤을 때,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어있는 것에 카카시는 놀랐다. 이게 하시라마 세포의 힘인 건지, 육도의 힘인 건지는 잘 모른다.


 "너야말로, 주치의 같은데."


 카카시가 서클렛을 내리면, 오비토는 다시 의자에 기댄다.


 "내 몸은 걱정하지 마라... 지금, 의료반에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처음에는 제대로 말해주지 않던 건강 상태에 대해, 오비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검사에 오로치..."


 말을 멈추고, 오비토는 카카시의 뒤에 있는 이비키를 본다. 이비키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도 된다는 신호다.


 "카카시, 알고 있나? 오로치마루가 내 검사에 동석하고 있다는 거."


 "그래."


 그 검사에는 츠나데도 동석하고 있다. 하시라마 세포 연구에서는 일인자인 오로치마루를 동석시킨다는 것은 그 츠나데에게서 사전에 들었다.


 "검사라고 하면 듣기는 좋다만, 실제로는 모르모트 취급이다."


 오비토는 그 검사의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오로치마루와 츠나데, 시즈네의 모습을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카카시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셈이 뻔하기에, 카카시는 그 이야기에 쉽게 웃지 못했지만......


 "오로치마루가 내 몸을 보고 처음으로 한 말이 웃기단 말이지, '완전히 적합하구나, 역시나 우치하의 핏줄이네, 하지만 봉합이 거칠어.'"


 카카시는 말의 내용보다도 오비토의 오로치마루 흉내에 무심코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렇게 웃겼어?"


 카카시는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분명 이비키도 오로치마루를 알고 있음을 떠올리곤 뒤를 돌아본다. 이비키는 눈물지으며, 입을 손으로 틀어막곤 웃음을 참고 있었다.


 본래, 오비토는 이런 남자인 것이다. 누군가를 웃기는 것이 기쁘거나, 누군가를 걱정해서 마음을 쓰거나, 어린 시절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무리하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그것은 18년 동안 잠복 생활을 해오며 잃어버린 본래 자신을 되찾으려 하는 것으로 생긴 폐해인 것일까. 그렇다면, 그런 폐해, 날려버릴 정도로 기쁜 소식을 오비토에게 전해주고 말겠어.


 "네 유언 말인데... 9달 뒤에 이루게 됐어, 생전 성취구나."


 오비토는 벌써 감을 잡은 듯이 눈을 반짝이며 몸을 앞으로 내밀어 왔다.


 "카카시, 그건, 혹시......"


 "그래, 10월, 딱 전후 1년째가 되는 때에 맞춰서 내가 차기 호카게가 되는 것으로 결정됐어."


 이비키 등 신문부 세 명이, 오오! 하면서 목소리를 높여, 일제히 손뼉을 친다. 오비토는 잠시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다가, 가늘게 눈웃음을 짓곤 카카시를 보며 환히 미소 지었다.


 그것은 카카시가 어렸을 때 자주 봤던 오비토의 웃는 얼굴과 똑같았다. 또다시 그 웃음을 볼 수 있게 된 카카시의 기쁨은, 지금 오비토의 기쁨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비토는 곧바로 무언가 생각해낸 듯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츠나데... 님은, 사임인가?"


 "그래, 인책 사임이야, 마을에서 전범이 두 명이나 나왔으니까."


 취임 뒤에는 당연히 해임과 사임이 있다. 그걸 신경 쓰는 오비토는 정말 다정하구나, 하고 카카시는 생각했다.


 오비토가 츠나데를 신경 쓰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전장에서 왼쪽 눈을 교환한 뒤, 카카시와 오비토가 맨 처음 향한 곳은 츠나데가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먼저 오비토의 의사를 물어보았다, 마을로 돌아가고 싶지? 라고. 그 질문에 오비토는, 돌아가고 싶지만 이 정도 일을 저질러놓고 마을로는 돌아갈 수 없다, 며 억지를 부렸다. 츠나데는, 대죄인 주제에 구차한 변명은 그만 둬하! 나를 믿고 나를 따라와라! 라고 일갈해서, 그 뒤로, 오비토는 말이 없어지고, 츠나데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리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결과가 지금 여기에 있다.


 "츠나데 님이라면 괜찮아, 본인도 이것으로 겨우 자유롭게 됐다며 기뻐하셨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카카시가 웃어 보이면, 오비토는 자신의 걱정이 쓸데없는 오지랖이란 것을 알았는지, 안심하고 표정을 누그러트렸다.


 "오비토, 내가 호카게에 취임한다면, 너를 사면시켜줄 테니까."


 오비토의 안도하는 표정은 한순간에 바뀌어, 이번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말로 오비토의 표정이 이리저리 바뀌는 것을 카카시는 즐기고 있었다.


 "사면은 호카게 권한이지만, 상층부를 납득시킨 뒤에 너를 출옥시켜주고 싶으니까, 그전에 이것저것 부탁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잘 부탁할게."


 카카시는 늘 그렇듯 가벼운 어조로 오비토에게 다짐한다. 오비토는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뭔가를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곧바로 수긍한 듯 부드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아니, 이 마을은 언제나 내 예상을 뒤엎는구나."


 온 세상을 돌아봤던 오비토가 무슨 예상을 하고 있던 건지, 카카시는 모른다. 그럼에도 오비토가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9달 뒤야, 그때까지 밖으로 나올 각오는 할 수 있지?"


 "생각했던 것보다, 지나치게 빠르군..."


 오비토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게, 그러니까 지나치게 빠른 건 아냐... 아운의 문 앞에서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오비토는 시선을 올리고, 카카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향한 증오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하자.'

 지금, 오비토가 놓여있는 상황 속에서 '지옥'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출옥한 뒤의 새로운 세상을 '지옥'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너는 린을 유일한 빛이라고 했어, 확실히 살아가는 데에는 빛이, 희망이 필요해, 빛이 없으면 그곳은 또다시 어둠이 될 거야... 그래도 지금의 너와 같은 입장이라면, 희망은 물론이고, 용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 용서?"


 "그래, 작아도 좋아, 용서를 하나씩, 천천히 모아가자."


 오비토는 카카시로부터 눈을 피하고, 마치 공기가 빠지는 것처럼 시선을 서서히 내린다. 용서 따위 받을 수 없다는 듯한 오비토의 체념이 전해져왔다.


 네 생각은 겨우 그 정도야?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카카시는 필사적으로 할 말을 찾는다.


 "증오가 용서로 바뀔 때까지 시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해, 그 길이도 사람마다 각각 다를 거야, 그래도 너라면 반드시 할 수 있어, 그게 이제부터의 너를 비추는 작은 빛이 될 거야, 그건 머지않아 커다란 빛이 되어서..."


 "커다란 빛이라면, 이미 눈앞에 있어."


 오비토가 카카시의 말을 가로챘다.


 카카시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그 의미를 이야기하길 유도한다.


 "너야."


 오비토는 진지한 얼굴로 카카시를 바라보았다.


 "9달 뒤에 호카게가 되는 네가 내 희망이고 빛이다."


 쑥스러워 하는 기색 없이, 말을 흐리지도 않고, 그 표정과 말을 솔직하게 카카시에게 부딪혀온다.


 "이런 나를 처음으로 용서해준 사람도, 나루토와 너였지."


 결코 눈을 돌리는 일 없이, 오비토는 말을 잇는다.


 "너는 '사륜안의 카카시'로서 호카게가 되어라, 이젠 그걸로 충분해..."


 말을 끝내면 오비토는 만족한 듯이 미소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카카시에게 있어서는, 실로 주옥같은 말이다. 하지만, 이 앞의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것같이 보이는 오비토에게, 그런 말을 들어도 기쁘지는 않았다.


 눈앞에서 고개 숙이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는, 살 의사가 몹시도 희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오비토가 있는 세계를 두 번 다시 놓아줄 생각은 없다.


 내가 호카게가 되는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사스사쿠 부부의 아이로 다시 태어난 오비토 이야기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110713


동생의 중2병을 어떻게든 하고 싶습니다만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122157


작가: ももたろう

역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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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어달라고?"

"네, 카카시 선생님께 부탁드리려고 생각했거든요."


사쿠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곧 만삭에 접어드려는 배를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거, 사스케는 알고 있어?


마을에 자주 있지 않는 부하를 제쳐놓고 이름 짓기 같은 걸 해도 괜찮은가.


"물론 허가는 받아냈어요. 그렇지 사라다?"


사쿠라를 지키는 것처럼 옆에 착 달라붙어있는 사라다는 붉은색 안경을 검지로 밀어올렸다.


"이름... 이름 짓기 말이지..."


난처한 듯이 생각에 잠긴 스승에게 사쿠라는 가볍게 웃는다.


"나루토도 4대의 스승으로 있던 지라이야 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셨다나 봐요. 잘은 모르겠지만 유래는 지라이야 님의 소설 주인공이라고 했던가."


지라이야의 책의 팬인 카카시는 물론 알고 있다. 책의 맨 끝부분에 '주인공의 이름은 라면을 먹다가 생각났다'라고 쓰여있던 것을 떠올려, 마스크 밑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나루토도 이젠 영웅의 이름이다. 마을의 아이 이름 랭킹 남자아이 부문 상위를 매번 차지하고 있다.


"이상한 이름[각주:1]만은 자제해주세요."


사라다가 무뚝뚝한 말투로 말한다. 유행하고 있는 이름은 확실히 카카시 입장에서 보면 화려한 인상이 있었다. 아리엘이라든가 쥬게무[각주:2]라든가 시저라든가.


(그런 건 두 사람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 성씨와 잘 어울리고... 어조가 좋고...)


"으~응... 우치하, 우치하, 우치하............... 우치하... 오비토."


슥, 하고 방이 조용해진다. 사쿠라는 약간 얼굴이 굳어졌다. 하필이면 대죄인... 아니 백 번 양보해서 그건 괜찮다. 카카시의 뇌내에서 우치하=오비토인건가. '오리 꽥꽥 병아리 삐약삐약[각주:3]' 같은......


(얼마나 오비토가 좋은거야, 빌어먹을―!!)


카카시도 실언을 한 거라고 생각한걸까, 이상한 말들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오비토를 대신할 이름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같다.


"오비토!! 좋은 이름!!"


사라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뒤이어 말한다.


"오비토... 조금 고풍스럽지만 그 부분이 좋아. 수장, 통솔자라는 의미죠. 우치하 일족의 부흥은 아빠가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인 것 같지만, 나는 언젠가 시집 갈지도 모르고... 그 꿈을 그 아이에게 맡긴다는 의미라면 딱 맞잖아? 그렇지, 엄마?"


완전히 마음에 들어버린 사라다에 사쿠라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뭐 남자애라고만 단정 지을 순 없고... 사스케 군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한 달 뒤 사쿠라는 옥같은 남자아이를 낳았다.




"오비토, 이리 오렴~"


갓 두 살이 된 자기 자식을 양 팔을 벌리고, 싱글벙글 웃으며 부르는 스승에게 사쿠라는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는다. 사라다가 어렸을 땐 현역 호카게였기에 카카시는 매우 바빴다. 지금은 조금 시간이 있는 건지 틈이 나면 오비토를 만나러 온다. 우치하 일족 특유의 새카만 머리카락은 어린아이여서인지 부드럽고 촉감이 좋다. 눈가에는 뚜렷한 쌍꺼풀. 젖은 듯한 흑요석 같은 눈동자. 응, 아들바보라고 불려도 좋아. 말 못 할 정도로 귀엽다.


(나와 사스케 군의 아이지만 말이지!)


그 뒤, 이름 짓기에 대한 문제는 사스케가 맹렬히 반대했다. 오비토로 할 거면 차라리 이타치로 해! 라며 브라더 콤플렉스같은 태도를 발휘하고 있었지만, 사라다가 오비토라는 이름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해 뱃속의 태아에게 말을 거는 형편이니까, 자연스레 사쿠라도 그렇게 부르게 되어버렸다. 어느 가정이라도 엄마와 딸의 태그에는 이길 수 없는 듯하다. 사스케는 마지못해 '남자라면' 이라고 조건을 달아 1/2의 확률에 걸고 있었지만, 결과는 말하면 입아팠다.


"좋아좋아"


오비토를 안아 올려 무릎 위에 태운 카카시는 아무리 봐도 손주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였다. 녹아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정이 넘친다. 오비토도 카카시를 따라 병아리처럼 뒤따라 걷곤 했지만, 최근엔 어쩐지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제 와서 낯가림일까. 쑥스러운 걸까. 카카시에 대해서만 현저하게 그러는 느낌도 든다. 지금도 뺨을 비비려던 카카시를 오비토는 손으로 밀어내고 있다. 카카시는 신경 쓰는모습은 딱히 없지만...

사쿠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갑작스럽게 낯을 가리는 것 이외에 오비토는 두 살이 되어도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사라다 때는 지나치게 빨리 했을 정도인데. 남자아이는 늦는다고 들었지만... 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카카시."


"에?"


사쿠라는 처음으로 듣는 의미 있는 단어에 심장이 뛰었다. 이 혀 짧고 높은 목소리는 설마...... 부모보다도 먼저 이름을 불린 카카시는 한순간 하늘로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다음 순간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성가시다. 그만해, 이 쓰레기가."


두 살짜리 어린애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에 카카시는 돌처럼 굳었고 사쿠라는 게거품을 물고 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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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문은 '키라키라 네임(キラキラネーム)'. 사회 통념에 어긋나거나 특이한 이름 등을 말한다. [본문으로]
  2. ジュゲム, 한국의 '김수한무'와 비슷한 의미 [본문으로]
  3. 원문은 '山といえば川、ツーと言えばカー', A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B 등을 의미 [본문으로]
  4. 원문은 'コテハン', 2ch는 본래 익명 사이트이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스레주를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 해당 스레 한정으로 스레주는 이름을 단다 [본문으로]
  5. 2ch에는 익명사이트라는 점을 이용해 자작으로 일을 꾸며 올리는 스레가 더러 있다 [본문으로]
  6. 원문은 'kwsk', くわしく(자세히)를 뜻하는 줄임말 [본문으로]
  7. 원문은 'ノンケ', 동성애자 은어로 동성애자 기가 전혀 없는 이성애자를 칭함 [본문으로]
  8. '끌올'과 비슷한 느낌. 스레에는 레스가 달리면 게시판 맨 위로 올라온다. 진행중인 스레는 묻히지 않도록 자주 갱신된다 [본문으로]
  9. 원문은 '壺は買いません', 壺(항아리)는 2ch 및 니코동 용어로 2ch에선 사이비 종교에서 사기 목적으로 파는 물건같은 느낌, 니코동에서는 행복을 이루어주는 마법의 항아리라는 밈으로써 사용. '무안단물'과 비슷한 느낌? [본문으로]
  10. 원문은 '天の邪鬼, 아마노자쿠라고 하는 일본의 요괴로 현대에선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는 인물이나 츤데레를 의미함 [본문으로]
  11. '스즈(すず)'와 '린(りん)'은 '방울'이라는 의미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작명으로 추측 [본문으로]
  12. 원문은 'ROM専', ROM은 'Read Only Member'의 약자이며 '읽기만 하는 사람'을 의미함 [본문으로]
  13. 겐페이 전쟁, 일본 헤이안 시대 말기 겐지 일족 및 헤이시 일족 사이 벌어진 전쟁으로 겐지 일족이 이겼다. 이후 가마쿠라 막부가 수립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14. 레스의 갯수가 1000개가 되면 해당 스레드에는 더이상 레스를 작성할 수 없음 [본문으로]
  15. 훈훈한/감동적인 스레의 경우 스레드를 끝낼 때 1000번째라면~ 하는 식으로 스레의 주인공의 행복 같은 것을 빌며 끝내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은밀한 일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797652


오늘은 당신의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904248


호카게와 가면을 쓴 남자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994975#2


작가: 十坂

역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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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일




하타케 카카시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대전 후, 카카시는 6대 호카게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엔 호카게 관저에 산처럼 가득 쌓인 문서들에 현기증을 느꼈었지만, 불행히도 지금 와선 그 광경도 익숙해져 있었다.

 

어느 날 끝나지 않는 전후 처리를 묵묵히 해내고 있던 카카시는 결국 나루토에 의해 억지로 수면실에 던져 넣어졌다. 카카시 선생님은 조금 쉬어야 한다니깐, 이라며 문을 걸어 잠가버려 이젠 연금에 가까운 상황에 크게 저항할 수도 없고, 카카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놓아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이건 어쩔 수 없겠다며 납득했다. 마지막으로 누워 잤을 때의 기억도 꽤나 멀어져 있다. 부하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만든 걸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부드러운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때였다.

 

 

"카카시 씨~, 임무 완료했어요!"

 

 

카카시 이외에는 누구라도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 경쾌한 목소리가 울린다. 간만의 휴식을 방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시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조금 전 뉘었을 참인 몸뚱이를 일으켜 세웠다.

 

 

"수고했어, 토비."



하타케 카카시의 비밀, 문 옆에 서있는 가면을 쓴 남자는 한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이건 모래 마을에서 보낸 편지에요, 그리고 국경 절벽이 무너져서 보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마워."

 

"이야~ 정말로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도 저 해냈잖아요."

 

 

에헴, 하고 의기양양해하는 토비는 어릿광대처럼 보여서 어딘가 우스꽝스럽다. 이리 와 이리 와 하며 손짓하면 고양이처럼 바짝 다가온다. 원하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토비는 진짜 고양이마냥 그르릉거린다. 그대로 손을 토비의 머리 뒤로 쓱 둘러, 가면을 고정시키고 있는 끈을 단숨에 푼다. 토비가 눈치채고 떨어지려 했을 땐 이미 가면이 바닥에 떨어져, 그 맨얼굴은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서 와, 오비토."

 

 

조금 전까지 있던 명랑한 분위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토비―오비토는 얼굴을 찡그리곤 카카시를 째려본다. 대전 때를 생각나게 하는 날카로운 눈빛에도 카카시는 입가가 풀어진 채 실실거린다. 한 번 더 어서 오라고 말해준다.

 

대전 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오비토를 억지로 시공간 안에 숨긴 것은 카카시였다. 오비토는 공식적으론 대전 중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시공간에서 감금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가도록 샜다. 자신이 죽는 것으로 죄를 갚으려는 오비토를 몇 번이고 설득해, 마지막에는 카카시의 고집에 오비토가 꺾였다. 그렇게 해서 카카시는 우치하 오비토로서의 오비토를 죽이고, '토비'로서의 새 삶을 주었다.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그만둬. 우치하 오비토는 죽었어."

 

"둘만 있을 때 정도는 괜찮잖아."

 

"안 돼, 그만둬라."

 

 

쌀쌀한 태도로 뻗은 손을 뿌리치면, 카카시는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마스크 안에서 씩 미소짓다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괴로운 듯 가슴을 부여잡았다.

 

 

"... 읏."

 

"카카시?"

 

 

갑자기 가슴을 누르며 괴로워하는 카카시를 보고 오비토는 흠칫했다. 잘 보면 안색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푸른색에 가깝고, 드러나있는 오른쪽 눈 밑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또 쉬지도 않고 일한 거냐! 그만하라고 했잖아! 의료반을 불러서,"

 

"됐어, 괜찮~아."

 

 

곧바로 달려든 오비토의 오른손을 꽉 쥔 카카시는 빙그레 웃으며 오비토를 올려다봤다. 속았다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오비토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라 침대에 눕혔다. 두 번이나 카카시가 좋을 대로 다루어져, 이젠 저항하는 것도 질린 오비토는 원망스럽다는 시선을 카카시에게 향했다. 그 시선을 계속 못 알아챈 척하는 카카시는 여전히 기분나쁜 미소를 띤 채 오비토를 내려다본다.

 

 

"이봐 카카시."

 

"아무것도 안 할 거니까, 껴안고 자게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좋으니까."

 

"거절한다, 이거 놔. 혼자 빨리 자라."

 

"토비는 저렇게나 솔직한데."

 

"바보 녀석, 그러면 적어도 가면 돌려줘. 그렇게 하면 네가 원하는 대로 연기해줄 테니까."

 

"연기, 말이지."

 

 

솔직하지 못하네, 하고 생각하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가면을 건네주면 오비토는 순식간에 가면을 쓰고 어서 침대에 누우라며 손짓했다.

 

 

"자자, 카카시 씨 어서 자자구요~"

 

"네네."

 

 

말하는 대로 침대에 몸을 맡기면 토비는 카카시의 등에 팔을 둘러 꼬옥 껴안았다. 역시 토비는 솔직했다.

 

 

"어때요? 잘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응, 좋은 느낌이야."

 

 

토비는 체온이 높고, 밀착된 채 남김없이 전해져오는 그 기분좋음에 카카시는 금세 눈꺼풀이 무거워져간다.



"토비, 미안, 나 이제, 잘, 게."

 

"네, 안녕히 주무세요."

 

 

벌써 입을 움직이는 것도 곤란해진 카카시는 토비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잠들기 전의 푹신푹신한 감각에 덮쳐진다. 아까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토비가 카카시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카카시를 잠으로 끌어들인다.

 

 

 

"... 카카시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귓전에 대고 속삭인 말에, 소리 없는 대답을 하고 카카시는 의식을 잃었다.





+++




오늘은 당신의


 

 

"그럼,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괜찮다니까요! 저에 대해선 신경쓰지 말고, 나루토를 잔뜩 축하해주세요!"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마스크를 조금 달싹이던 카카시의 등을 밀어 문 밖으로 쫓아낸다.

 

바이바~이 하고 토비는 과장해서 팔을 붕붕 흔들며 카카시를 배웅했다.

 

덜컹,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토비 한 명뿐인 방에 정적이 찾아왔다.

 

 

10월 10일. 오늘은 나루토의 생일이다.

 

 

 

나뭇잎 마을의 영웅이면서 7대 호카게로 취임한 우즈마키 나루토가 태어난 날이라며, 매년 생일잔치 같은 것을 하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이 날은 부정타는 날이었다.

 

정확히는 토비가, 우치하 오비토가 그렇게 만들었다.

 

구미를 조종해, 나루토의 부모님을 죽이고, 나루토가 마을 전체에서 원망받는 원인을 만든 것은 틀림없이 오비토다.

 

그렇기에, 토비는 자기 대신 카카시가 나루토의 생일을 축하해주길 바랐다.

 

이제 와서 무슨 짓을 해봤자 속죄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해도, 지금 자신의 마음을 나루토에게 전하고 싶었다.

 

생일 축하해, 호카게가 되어줘서 고마워, 폐를 끼쳐서 미안해.

 

전하고 싶은 것은 많이 있었다.

 

고민한 끝에, 결국 한마디 말만 쓰고 토비는 종이를 접었다.

 

직접 전해주지 말고, 7대에게 전하는 수많은 선물들 안에 섞여든 것처럼 하라며 철저히 주의시키고, 토비는 카카시에게 맡겼다.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없이, 그저 한마디만 적혀있는 그 종이를 카카시는 애지중지하며 파우치 안에 넣어서 나루토를 축하하는 잔치로 향했던 것이다.



카카시 씨, 제대로 전해줬을까나.

 

멍하니 생각하며 천천히 시간이 지나는 것을 토비는 조용히 견디고 있었다.

 

밖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들려, 시끌벅적한 소리가 되어 전해져온다.

 

오비토로서 마지막으로 축제를 체험한 것은 이젠 먼 옛날의 이야기다.

 

그 시절에는 린의 유카타 차림에 얼굴이 붉어져, 조롱하는 카카시와 금붕어 건지기로 대결해서 져버리고, 도중에 미나토와 만나 세 명이서 사과 사탕을 얻어먹고.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토비는 눈을 감았다.

 

 

다음에 토비가 눈을 떴을 땐 밖은 이미 캄캄해져있다.

 

밖에서는 여전히 떠들썩한 분위기가 전해져왔고, 문득 비강을 자극하는 화약 냄새와 공기를 진동시키는 감각이, 아무래도 불꽃놀이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곧 있으면 오늘도 끝이 나겠지. 우연히도 시곗바늘은 두 개 다 꼭대기에 다다르고 있었다.

 

분명 카카시는 오늘 내로 돌아오지 않는다.

 

어쨌든 7대의 전 스승이면서, 상사이기도 하고, 대전 때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영웅이다.

 

이곳저곳에서 말을 걸어올 거라는 건 눈에 훤했다.

 

(알고는 있지만, 조금 외로운 것 같다.)

 

문득 샘솟은 감정을 토비는 퍼뜩 고개를 흔들어 부정한다.

 

그런 걸 생각할 자격 따윈 자신에겐 없다고 하는데도 어떻게 해도 사라져주지 않는 그 감정에 토비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뒤 잠시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던 토비는, 덜컹, 하고 돌연히 현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벌떡 일어섰다.

 

도둑인 걸까, 전 호카게를 상대로 꽤나 배짱이 있다.

 

기척을 지우고 현관에 다가간다. 평화로운 시대가 됐다고는 하나 일정한 수의 악인은 존재하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카무이를 발동할 수 있도록 태세를 취하며 현관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토비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관에는 가쁜 숨을 쉬는 카카시가 서있었다.

 

 

"카카시 씨, 왜."

 

"오늘 안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서, 빠져나와버렸어."

 

 

다녀왔어, 라며 싱글벙글해있는 카카시가 껴안아오는 걸 토비는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하면서도 받아들인다.

 

여느 때처럼 익살스럽게 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어어 하며 의미도 없는 말을 내뱉는 것밖에 할 수 없는 토비의 머리를 카카시는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오늘은 나루토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오비토의 기일이기도 하잖아."

 

"... 그런 거,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안 돼, 내가 신경쓰여."

 

 

빙긋 웃으며 토비의 가면을 비켜놓는 카카시는 그대로 자신의 마스크를 벗어내린다.

 

가면 아래서 나나탄 곤혹스러운 오비토의 목덜미에 입을 가까이 대어, 혀로 흰 살갗을 핥아올린다.

 

입에 퍼지는 엷은 맛에서 오비토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카카시는 휴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말이지, 왠지 오늘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오비토가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바보가, 약속은 지켜. 말했을 텐데."

 

"응, 응, 그렇게. 그래도 넌 말이지 언제나 갑자기 사라져버리잖아. 맨 처음 때도, 그때도."

 

"그건,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몹시도 솔직한 오비토의 모습에 카카시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든다.

 

카카시의 구속에서 벗어난 오비토는 서둘러 가면을 고쳐쓰려고 하고 있다.

 

순식간에 손을 뻗어 가면을 빼앗아 저 멀리 던져버리자 오비토는 크게 혀를 차고 카카시를 쏘아보았다.

 

 

"야."

 

"싫어."

 

"토비 쪽이 솔직하다고. 네가 바라는 건 뭐든 해줄게."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오비토가 좋아..."

 

"뭐야 그건, 어느 쪽이든 나다. 차이는 없잖아."

 

 

어이가 없는 듯 눈꼬리를 내리는 오비토에게 카카시는 하지만 이라며 부루퉁해져선 귓전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오늘은 오비토의 기일이니까, 제대로 오비토를 느끼고 싶어."

 

 

귓전에서 속삭이는 내리깐 목소리에 오비토는 등골을 부르르 떨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입술을 부들거리는 오비토에 만족한 카카시는 빙긋 웃었다.





+++




호카게와 가면을 쓴 남자




6대 호카게와 가면을 쓴 남자의 이야기

 

 

은은한 된장 냄새와 생선이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가 콧구멍을 간질여, 카카시는 잠에서 깬다.

 

실눈을 뜨고 본 시곗바늘은 7시를 조금 넘긴 시각을 가리키고, 슬슬 이쯤인가 하며 카카시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3, 2, 1 하며 세어 간 참에 문이 열리는 기색과 함께, 활기찬 목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카카시 씨~! 일어날 시간이에요오."

 

"좋은 아침, 토비."

 

 

앞치마를 두른 채 카카시의 이불을 기세좋게 걷어낸 가면을 쓴 남자에게 카카시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꽁치예요. 제철이라 살이 올라서 맛있을 것 같아요."

 

"헤에, 정말로 맛있을 것 같네."

 

 

잘 먹겠습니다, 하고 합장한 뒤 젓가락을 잡는 카카시를 토비는 기쁜 듯이 보고 있다. 토비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식사를 하지 않은 토비의 소화기관은 일찍이 본래의 기능을 잃었기에, 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 자신이 먹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토비는 매끼 카카시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한번은 여느 때처럼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카카시를 깨우러 온 토비에게 억지로 만들 필요 없다고 전했던 일이 있다. 자신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만드는 토비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토비는 그 의견을 딱 잘라 거절했다.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예요."

 

 

활짝 웃으며 자자, 먹어요 먹어요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재촉해오는 토비에게 카카시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카시가 식사를 하는 것에 기뻐하는 토비를 보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고, 무엇보다 토비가 카카시를 위해 요리를 만든다는 행위가 사실은 매우 기뻤던 것이다. 그 이후 카카시는 토비의 호의에 점점 응석을 부리게 되었다.

 

 

"응, 맛있어."

 

 

일부러 풍로에 구워낸 거겠지, 약간 숯향이 밴 꽁치는 거칠게 간 무와 잘 어울렸다. 된장국도 카카시의 취향대로 담백하게 끓여졌고, 그럼에도 육수가 제대로 우러나있어 깊은 맛이 났다. 사발에는 작은 가지 절임과 우엉 볶음같은 카카시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쉴 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는 카카시를 보며 토비는 헤헤헤 하며 멋쩍게 웃었다. 

 

 

거의 다 먹어갈 즈음 타이밍 좋게 찻잔이 놓인다. 이 찻잔은 언젠가 토비가 가져온 것이다. 직접 찰흙을 반죽해 만든 거라던 이 찻잔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써보면 신기할 정도로 손에 딱 맞아서, 지금와서는 카카시의 애호품이다. 차를 홀짝이며, 식사를 마친 식기를 쟁반에 담고 있는 토비의 모습을 바라본다. 마치 부부와도 같지만 그렇게 말하면 토비는 왜인지 부자연스럽게 큰소리를 쳐선 어물쩍 넘겨버려서, 모처럼의 분위기가 깨져버리는 탓에 말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마침 카카시가 찻잔 속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실 즈음, 설거지를 끝마친 토비가 다시 돌아왔다.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은 토비의 짧은 검정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옛날부터 변치 않는 이 삐죽삐죽한 머리카락도 카카시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린다. 토비는 저항하지 않는다. 그렇다기보다는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타인에게 애정을 주는 것엔 능숙하나, 받는 것에는 익숙지 않다. 카카시는 그대고 꼬옥 그 몸을 껴안았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 고마워."

 

"... 별말씀을요."

 

 

오늘도 또다시 바쁜 하루가 시작될 테지.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은 벌써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카카시는 가만히 눈을 감고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댔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어째서 피하지 않은거야.



스스로도 꽤나 쌀쌀맞은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감사해야 하는게 맞을텐데. 그는 나를 돕기 위해 굳이 적의 공격을 받아냈으니까. 그러나 지금 나는 틀림없이 눈앞에 있는, 비틀어 떨어진 오른팔을 왼손으로 들어올린 남자, 토비에게 어쩔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물으면 토비는 정말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왜 피해야 하는거죠? 라며 반대로 질문해온다.

 

그의 표정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모르는 것인가, 그러는 척하는 것뿐인가. 어렸을 땐 감정에 따라 계속 변하던 표정은 지금 와선 그 기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얼굴을 덮고 있는 주황색 가면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인생도 크게 관계되어있다. 그리고 아마 그것을 되찾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카카시 씨는 어째서 화를 내나요? 봐요, 벌써 붙었는데."


 

그렇죠, 하며 조금 전까지 몸에서 떨어져 나갔던 팔을 휘두르는 모습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그런 그의 언동에 나는 알기 쉽도록 얼굴을 찌푸렸다. 자자 돌아가죠, 라며 그대로 유야무야해버리려 하는 그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막 붙은 참이라 아직 혈액순환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건가, 평소보다 매우 낮은 체온이다. 시체와도 같은 것에 등골이 오싹하게 서늘해진다. 만약 이게 오른팔로만 끝나지 않았다면. 두려움을 지워내고 싶어,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오른팔을 잡은 손에 꽈악 힘을 준다.

 

 

"카카시 씨?"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싫어라, 카카시 씨도 참!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말아 주세요. 몸 오른쪽의 통각은 아주 오래전에 없어졌고, 무엇보다도 금방 나으니까 괜찮잖아요."

 

"그렇지 않아."

 

"에―."

 

 

알기 쉽게 주눅 든 자세를 취하는 토비는 벌써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또 같은 일을 되풀이해간다. 나를 감싸서 다치는 것으로. 그만의 속죄를 할 셈이겠지만, 나는 그런 짓을 하길 바란 게 아니다. 내가 옭아매버린 탓일까, 그를 해방시켜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토비로서 살아가는 그와 보내는 날들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그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도 할 수 없다. 결국 나도 또다시 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 미안해."

 

 

여러가지 생각이 담긴 내 사과를 이해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토비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가죠, 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 손은 따뜻했다.









오비토 전후 생존 IF 시리즈 전체 목록

https://www.pixiv.net/novel/series/961317


빛을 모아서(전편)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558206


작가: どれみ野ソラコ

역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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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서와, 오비토





 "곤란하게 되었군..."


 카카시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이비키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나뭇잎 마을이 시작된 이래의 대죄인이 '다녀왔어'라고 할 줄은..."


 그렇게 말하곤 헛다리짚은 듯 쓴웃음을 짓는 이비키도 카카시처럼, 오비토의 입모양을 읽고 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렇게까지 준비해두고 있을 필요 없다고."


 이비키는 어렸을 적의 오비토와 면식은 없다. 칸나비 다리 임무에서 순직해, 카카시에게 사륜안을 넘겨준 친구 정도로만 인식할 뿐이었다.


 그런 이비키에게, 카카시는 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면 이비키는 깜짝 놀랐지만, 연합 본부 회의에서 오비토가 나뭇잎 마을에 수감되기로 결정되었음을 거듭 전해주면, 이거 큰일이 될 것같다!며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얼마나 극악무도한 자가 올 거라고 생각한 건지, 역사적인 범죄자에게 하는 신문과 과도한 고문을 기대하는듯했지만, 오비토의 지금 모습을 보며, 그럴 필요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비키의 딱딱한 표정은 이미 부드러워져 있었다.


 카카시는 오비토를 전장에 임시로 유치해둔 뒤, 마을과 전장을 몇 번이고 왕래했다. 사스케에 대한 일, 카부토에 대한 일, 두 사람과 오비토를 받아들일 체제의 확보, 그에 더해 연합 본부 회의 참석으로 매우 바빠져 일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몹시 피폐해져 있었지만, 오비토의 '다녀왔어'를 보고, 피로가 전부 깨끗하게 날아가 버린 느낌이 들었다.


 야마토가 오비토에게 후드를 다시 씌운다. 오비토는 허리끈을 쥔 상급 닌자에게 이끌리며 이곳으로 왔다.


 "우치하 오비토 호송,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야마토가 신병[각주:1]의 인도를 이비키에게 알린다. 그 옆에서 오비토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서와."


 카카시의 말에 오비토가 얼굴을 휙 들었다.


 "네 입모양, 읽어버렸어."


 싱긋 웃는 카카시를 보며, 오비토가 민망한 듯이 노려본다.


 "어른이라면, 그건 못 본 척하는 거잖아... 입다물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못마땅한 듯 홱 고개를 돌리는 오비토가 수줍어하고 있다는 것을 카카시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오비토를 묶은 허리끈이 고문·신문부대원에게 건네졌다. 다음 순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의식이 왼편에 있는 숲의 수풀에 집중되고, 그와 동시에 그곳에서 오비토를 노린 쿠나이가 날아왔다. 그것을 야마토가 큰 어려움 없이 쳐서 떨어트린다.


 "소질이 있구나, 눈을 노린 거지?"


 야마토가 수풀을 향해 말을 건다.


 어린아이였다. 아카데미 학생일 터.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고, 우두커니 서있는 채로 이쪽을 보고 있다.


 "데려올까요?"


 호송팀 중 한 명이 이비키에게 물었다.


 "누구네 아이인지 알아, 지금은 됐어. 보호자에게는 내가 나중에 전하지."


 그러자 갑자기, 오비토가 고개를 크게 흔들어 후드를 벗고, 아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눈을 멀게 만들고 싶은 거지? 할 거라면 지금뿐이야."


 허리끈을 쥔 대원이 끈을 잡아당기는 것과 카카시가 오비토를 붙잡은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어린애를 부추겨서 어쩌자는 거야!?"


 카카시가 당황해하며 후드를 씌운다.


 "... 어쩌고 싶은 걸까... 나도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며 오비토는 카카시에게 붙잡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왜... 왜 아빠가 죽고 네가 살아있는 거야!"


 쿠나이를 던진 아이가 절규한다. 그 순간, 후드에 덮인 오비토의 표정이 한순간애 굳어졌다.


 "네가, 언제까지나 살아있다면... 내가 반드시, 너를 처죽여버릴 거니까!"


 아이는 흐느껴 울면서 그렇게 말하곤, 그 자리에서 후다닥 달아나버렸다.


 "... 시간은 충분히 있어, 너를 향한 증오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하자."


 오비토는 비통한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카카시가 천천히 오비토에게서 떨어진다. 오비토는 스스로 이비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저 아이를 책망하지 말아줘..."


 이비키는, 물론 그럴 셈이다, 라고 대답하고, 오비토의 어깨에 손을 올려, 고문·신문부 감옥으로 가도록 재촉한다.


 "가장 안 좋은 패턴이네요."


 오비토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카카시의 옆에, 어느샌가 야마토가 서있었다.


 "어른이 목숨을 노려오는 쪽이, 오비토씨에게 있어선 얼마나 편했을지..."




 종전으로부터 1개월, 나뭇잎 마을에서는 전쟁 후 부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카카시를 비롯해, 마을의 닌자들도 전후 처리에 쫓기며,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무한 츠쿠요미를 피해, 오오츠츠키 카구야와 싸웠던 카카시, 나루토, 사쿠라는 새삼스레 사정 청취를 받게 되어, 그것이 어제 겨우 끝난 참이었다.


 카카시는 임무 도중 틈틈이 시간을 내어, 츠나데를 찾아뵐 때면 매번 똑같은 것을 묻는다.


 "츠나데님, 슬슬 오비토를 만나게 해주실 수 있나요?"


 "또 그 이야기냐? 몇 번이고 말했잖느냐, 진술이 끝날 때까진 누구도 만나게 할 수는 없어, 참아라."


 츠나데는 카카시를 보지도 않고, 손안의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아운의 문에서 헤어진 뒤로, 오비토와 만날 수 없었다.


 카카시는 오비토가 걱정되었다. 진술한다는 것은 '캄캄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것과 같다. 오비토가 말하는 '지옥'을 되풀이하게 될 수도 있다.


 "진술이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아직 예정도 없는 겁니까?"


 카카시가 그렇게 말하면 츠나데가 겨우 고개를 들어 카카시를 본다. 입을 삐죽이며 이쪽을 노려본다. 이거 자리를 피하는 게 낫겠군, 카카시는 츠나데에게 가볍게 인사하고는 호카게실을 나가려 했다.


 그때, 츠나데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시즈네가, 무언가 생각해낸 듯 소리를 높여, 카카시를 불러 세웠다.


 "확실히 오늘 아침. 이비키 씨가 우치하 오비토에 관해 진술의 진척 및 차후 예정에 관한 보고서를..."


 그렇게 말하며 산더미 같은 서류를 뒤지고 있다.


 "찾았다! 이거예요!"


 시즈네는 그 서류를 츠나데에게 넘겨준다.


 츠나데는 마지못해 그것을 건네받아, 대강 훑어본다. 전부 읽으면 눈을 치켜뜨고 이쪽의 상태를 살핀다. 카카시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면 츠나데는 할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같은 속도로 진행되면 앞으로 2개월이면 진술이 끝난다는듯하다."


 오비토를 만나는 건 2개월 후... 카카시는 무심코 한숨을 쉬었다.


 "그런 뒤, 카부토의 진술을 참고로 하여 오비토의 몸을 의료반에서 조사하면서, 시간을 두고 오비토의 진술에 거짓은 없는지, 정보부에서 녀석의 정신세계에 잠입해 과거를 본다."


 역시 거기까지 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그것은 카카시가 상정한 일들 중에 있었다.


 아운의 문 앞에서, 카카시는 오비토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를 향한 증오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하자.'


 하지만 카카시에겐 아직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게 그 실마리가 되면 좋겠지만......


 "정보부의 누가 과거를 보나요?


 "아직 결정하진 않았다만, 이노이치가 순직한 지금, 오비토의 과거를 보는 데에는 빨라도 3~4주는 걸릴 거다. 더구나 상식에서 벗어난, 고된 과거를 가진 자 같으니 말이다, 잠입하는 사람의 정신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여러 명으로 분담해서..."


 "그 임무에 야마나카 이노를 참가시켜주세요."


 츠나데가 놀란 듯이 카카시를 봤다.


 "기다려... 이노는, 이노이치의..."


 "그래서, 이노가 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이노는 이 전쟁에서 아버지를 여의었다. 오비토에게 아직 강한 증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오비토의 과거를 보여주면 어떻게 될지, 카카시는 확인하고 싶었다. 모 아니면 도와 같은 내기였다.


 "그렇지만..."


 츠나데는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다.


 "그 아이라면 괜찮습니다, 강한 아이니까요."




 카카시는 츠나데에게, 오비토의 정신잠입 팀에 이노를 넣는 것을 간신히 허락받아 호카게실을 뒤로하고 나섰다.


 아직 해 질 녘이지만, 드물게도 오늘 해야 할 것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 겨우 자신만의 시간이 생겼다.


 전쟁에서 되돌아온 이후, 오비토가 살아있던 것을 핑계로, 영웅의 위령비와 린의 무덤에 참배하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었다. 적어도 오늘정도는, 이라며 카카시는 흰 백합꽃을 사서 린의 무덤으로 향했다.


 무덤 앞에 도착한다.


 카카시는 얼굴에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


 "린, 어쩐 일이야? 이렇게 잔뜩 피워버리다니."


 11월도 반이 지난는데, 린의 무덤 주변에는 왜인지 민들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카카시에게는 그것이 오비토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여, 린의 목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했다.




 어 서 와 , 오 비 토





+++




4. 꿈속 세상과 지옥의 경계





 이 세 든 것에 있어   에는 시 그림자가 있다. 승자라는 개념이 있는 이상, 마찬가지로 패자 존재한다. 평화 호하고 싶다는 이기적 생각 전쟁 으키고, 사랑 지키  증오 어난다. 것들은 인과관계에 있어 낼 수는 없다. 하나 승자뿐인 세상, 평화뿐인 세상, 사랑뿐인 세상, 그것들뿐인 세상 드는 도............




 몸에 불쾌한 무거움이 느껴져 눈을 뜬다. 오비토가 뜬 왼눈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비추어졌다.


 누워있는 오비토의 배 위에, 마다라가 걸쳐 세운 무릎 위에 한쪽 팔꿈치를 얹고,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오비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죽은 마다라가 감옥 안에 있지?


 "마지막까지 와서, 잘도 배신했구나."


 쇠창살로 된 창문에서 새어드는 달빛에 비추어진 마다라의 눈은, 예토전생했을 때의 눈이었다. 마다라의 시체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 오비토는 모른다.


 누가 마다라를 예토전생시킨 것인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만큼 지껄여놓고, 그런데도 마을로 돌아오다니 낯짝 두꺼운데도 정도가 있어야지."


 마다라 특유의, 다른 사람을 비웃는듯한 목소리와 억양.


 죽는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은 구속복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오른쪽 눈도 봉인되어있어 사륜안은 발동할 수 없다.


 "마을 녀석들과 함께 동료놀이 같은 걸 계속할 셈인가? 몇 번씩이고 절망을 맛본 네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유롭게 되기는커녕 1mm조차 움직일 수 없게 됐다.


 "5카게가 용서해도 이 세상이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 가족과 동료를 잃은 나뭇잎 마을 녀석들은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아, 그건 네가 가장 잘 알 거다.


 환술이어줘, 그렇게 생각했다.


 "탈옥하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잖아? 어째서 그러지 않지?"


 마다라가 말하는 대로, 오비토가 그럴 마음만 있으면 탈옥은 가능했다. 전장에서 임시적으로 유치됐을 때의 사륜안 봉인은 츠나데가 행한 것으로, 이걸 깨트리는 건 오비토라도 불가능했지만, 고문·신문부에 수감된 뒤에는 오비토에게 도주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어, 다른 사람이 봉인을 다시 하고, 오비토는 그 술식의 취약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봉인이 깨지지 않는다. 인을 맺지 않고 발동할 수 있는 술법도 있지만, 어째선지 할 수 없다. 목소리도 낼 수 없다.


 "아니면 그런 건가? 이렇게 내가 죽이러 오는 걸 이 음침한 감옥 안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채로 기다리고 있던 거냐? 기특한 녀석이구나."


 쇠창살 너머에 있는 복도를 눈동자만 움직여서 본다. 어둠 속에서, 간수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 바라는 대로 해주지."


 마다라가 구속복 위에서 오비토의 왼팔을 덥석 잡아챈다.


 "이번엔 내가 가르쳐주마, 절망을, 정성껏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오비토의 원래 몸이었던 왼팔을 당겨서 뜯어냈다.


 "으아아아아악!"


 무시무시한 격통으로 나올 리 없던 목소리가 나온다. 그 소리에 놀라 오비토는 다시 잠을 깼다. 배 위에는, 더 이상 마다라의 모습은 없다.


 "우치하 오비토, 괜찮은가?"


 간수가 오비토를 걱정하여 말을 걸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었을 터인데 상처 하나 없이, 쌩쌩하게 있다. 마다라에게 뜯긴 왼팔도 제대로 있다. 오비토는 간신히 꿈이었음을 이해했다.


 "... 가위에 눌린 것뿐이다."


 간수에게 그렇게 말하고 오비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수감된 지 2개월, 날마다 진술한 탓인지, 요즘에는 악몽 때문에 가위눌리는 일이 잦다. 그것은 대개, 죄책감 없이 사람을 몰아넣어, 죽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마다라가 나오는 꿈을 꾸는 것은 오늘 밤이 처음. 게다가 현실과 착각할 정도로 진짜 같은 꿈―.


 꿈속에서 마다라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그것들은 전부, 옛날의 자신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며, 지금의 자신이 부정해도 끊어낼 수 없는 본심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현실인 이곳은 예전에 상상해왔던 꿈속 세상과는 다르다. 하지만 지옥과도 다르다. 그럼에도 아직은 지옥과 가깝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건, 내 안에 아직 지옥이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그것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때까지, 내 안의 지옥은 계속될 테지......


 오비토는 다시 꿈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곳은 마다라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각주:2]라고 불렀던 장소, 땅속 깊은 곳에 뚫린 지하 공동이었다. 오비토는 아이의 모습으로 온몸에 붕대가 감긴 채, 침대 위에 뉘여있다. 늙어버린 마다라가 돌로 된 대좌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째서 나는 이런 과거로 되돌아온 거지?


 이건 환술... 아니면......


 "환술이 아니다. 이런 네 꿈이다. 다만 내가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꿈이지만 말이다."


 싫은 예감이 들었다.


 "차크라는 저승과 이승, 두 세계를 이어줄 수 있는 편리한 것이다,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말을 거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지."


 저승에서 마다라가 꿈을 통해서 나한데 말을 걸고 있다...... 아니, 그건 있을 리 없다.


 오비토는 마음속으로, 이건 내 꿈이다 내 꿈이다 내 꿈이다 라고 타이르며, 마다라가 하는 말을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부정하고 싶다면 해도 좋다, 이건 네 생각이 만들어낸 네 꿈이라고 끝까지 우길 거라면, 그것도 좋다."


 그 마다라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쉽게 물러났다.


 역시 이건 내 꿈이다. 그렇다면 왜 마다라가 자꾸만 나오는 거지? 마다라가 두 번 나오는 것보다, 나는 린이 나오는 꿈이 꾸고 싶었다......


 "노하라 린이 나오는 꿈을 꾸고 싶었는데, 계속해서 내가 나와서 불만스러운 것 같군."


 "내 생각 보지 마!"


 마음속으로 딴죽을 건 것이 엉겁결에 입 밖으로 나왔다. 이 꿈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형세를 유리하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비토, 이건 네 꿈이지 않나? 네 생각대로 해봐라."


 됐어! 기대했던 말을 마다라가 말하고, 오비토는 히죽 웃었다. 여기서 단숨에 형세 역전!


 "영감은 저리 가! 린으로 바뀌어라!"


 그러나 대좌에 걸터앉은 마다라에게 변화는 없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뭐어? 하고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그만뒀다.


 무언가 계획이 있어서 마다라가 오비토를 선동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네가 노하라 린이 나오는 꿈을 꿀 수 없는 것은, 네 마음속에서 그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린을 거부해? 내가 그럴 리가 없어...


 "꿈이란 것이 뭐냐? 그것은 너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무의식이 표출되는 것과 다름없다."


 어렸을 적의 오비토라면 마다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꿈속의 오비토는 아이의 모습이라도 의식은 어른, 그런 말들 전부가 예리한 칼날이 되어 오비토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꿈속에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날 자격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여전히 불쌍한 녀석이구나."


 마다라가 무심한 듯이 천천히 일어났다.


 "왜 이 때로 거슬러 올라왔는지 아는가? 움직일 수 없는 너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때니까다."


 오비토를 향해 흔들, 흔들 걷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다시 시작해도 좋지, 먼저 검은 제츠를 죽인다."


 오비토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 무렵엔, 검은 제츠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있을 터인 흰 제츠나 소용돌이 제츠도 없다.


 "무한 츠쿠요미는 하지 않는다. 그게 조작된 것이었다니 유감이군..."


 마다라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더니 오비토가 있는 침대 옆에 섰다.


 "필요악이라는 말이 있지, 또는 공통의 적이라든가..."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 앉았다.


 "공통의 적이 출현한 순간, 그 오대국이 하나로 뭉쳤다, 만약 또다시 득 될 것 없는 살육이 시작된다면, 나와 네가 공통의 적으로서 전쟁을 벌이면 된다."


 기다려, 이 녀석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세계 평화를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제안을 해왔다...


 "다가올 그때에는, 내 시체와 예토전생 술자를 찾아라."


 오비토는 그 말에 전율했다. 어쩌다 마다라의 시체를 찾아낼 것만 같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비토는 고개를 내저었다. 계속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죽어라."


 마다라의 마른 손이 오비토의 목을 잡는다. 노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힘으로 서서히 세게 조르며, 목을 덮은 피부를 손가락이 파고든다. 끝내 오비토의 목이 떨어져 나가, 자신의 선혈로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왼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재차 꿈이었던 것에 안도하여 다시 눈을 감지만, 마다라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 왼눈을 크게 뜨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오비토는 분을 못 이겨 이를 악물고, 자신을 향한 분노로 벽에 이마를 부딪쳤다.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망할 영감탱이......"


 내 안의 지옥이 사라지질 않는다.


 "무슨 소리야?"


 간수가 살피러 왔다. 아침이지만 독방 안은 아직 어두침침해, 오비토의 얼굴을 전등으로 밝힌다. 


 "피나고 있잖아."


 서둘러 열쇠로 독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곧 낫는다... 신경쓰지 마..."


 "그렇다 해도, 핏자국은 없어지지 않잖아."


 그렇게 말하고 오비토의 왼쪽 눈썹 윗부분을 닦았다.


 "최근, 가위에 자주 눌리는 것 같은데, 괜찮나?"


 "그래, 걱정할 필요 없어..."


 신문부 대원들은 모두 친절했다. 오비토가 솔직하게 진술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참전하지 않고 마을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순직자도 없으면, 오비토의 악행을 직접 본 사람도 없다. 그래서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고 오비토는 생각하고 있다.


 "토혈은 하지 않은 것 같군."


 간수는 침대와 바닥을 둘러보다가,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 시선이 한곳에서 멈추고, 천천히 공중으로 손을 뻗는 듯한 동작을 했다.


 "이런 계절에 드문 일이네..."


 간수가 무언가를 집어 오비토에게 보여준다. 민들레 홀씨였다.


 "저쪽에서 들어온 걸까..."


 그렇게 말하고는 창문 쪽을 돌아본다.


 "이 녀석에게 있어선, 분명 대모험이었겠지."


 재미있는 말을 하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이 간수는 오비토보다 열 살 어리다. 이런 식으로 자주 세상 이야기를 한다.


 "고생 끝에 겨우 도착한 곳이 감옥 안이야, 불쌍하게도."


 오비토가 빈정거리며 말하자 간수는 정색한 얼굴로 불쌍하지 않아, 라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피워 보이겠어! 그치만......"


 봄이 아닌데도 싹이 틀지 불안한 것 같다.


 "옛날에, 마을 할머니들께서, 겨울에 민들레가 피었다며 웃고 떠드셨던 적이 있으니 괜찮을 거다."


 그러자 간수가 방긋 웃는다.


 "내일, 화분에 심어서 가져올게."


 "됐어, 여기는 어두워서 안 된다, 볕이 드는 따뜻한 장소에 놓아둬 줘."


 마다라가 나오는 악몽 때문에 초조함과 분노가 거짓말처럼 사라져간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 치유받는 것 같다.


 평화롭네, 라고 생각했다. 감옥 안에 있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누군가와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자면 정말로 평화롭다고 생각했다.


 간수는 독방을 나와, 열쇠로 문을 잠그며 오비토에게 말한다.


 "앞으로 한 달만 있으면 카카시 씨와 만나, 그때까지 힘내라."


 힘내.


 그런 말을 해준 것은, 린이 마지막―.




 살려줘, 카카시.


 여기 있으면 울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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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身柄, 보호나 구금의 대상이 되는 본인의 몸. [본문으로]
  2. 나루토 63권 601화 '오비토와 마다라' /애니 564화 '오비토와 마다라' 참조 [본문으로]





오비토 전후 생존 IF 시리즈 전체 목록

https://www.pixiv.net/novel/series/961317


빛을 모아서(전편)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558206


작가: どれみ野ソラコ

역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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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언





 캄캄한 세계의 한가운데서 겨우 희망을 찾아냈다.

 그 순간, 욕심이 끓어오른다.

 허락받는다면, 카카시와 나루토네의 미래(앞)를 보고 싶어.

 린이 목숨을 걸고 지킨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

 그리고, 그 마을을 나도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어.




 나루토와 사스케에 의해 무한 츠쿠요미가 해제되는 것을 멀리 낭떠러지 위에서 지켜보면서, 오비토는 이루어질 리 없는 소원을 가슴속에 그리고 나서는 곧바로 지워버렸다.


 나는 이 전쟁을 주모한 자 중 하나이며, 이제까지 쌓아왔던 죄의 수를 감안하면, 곧바로 처형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입장. 살아서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앞으로 조금뿐―.


 하늘에는 바위와 흙, 모래로 덮인 거대한 구체가 떠올라 있다. 이 안에는 아직 미수들이 봉인되어있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이곳저곳에서 번식한 신수가 순식간에 썩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술법을 푸는 것을 성공한 데에 안도하면서, 오비토는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이루어질 리 없는 소원을 늘어놓는 것보다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선을 옆으로 옮기면, 카카시도 안도한 듯이 세계가 재생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도, 사쿠라는 오비토와 카카시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무한 츠쿠요미를 해제한 뒤, 사스케가 지폭천성에 당한 미수들을 해방시켰다.


 지폭천성이 무너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비토는 뜻을 정한 뒤 소리를 지른다.


 "카카시! 슬슬 때가 왔다! 왼쪽 눈은 돌려주지, 이건 너에게 줬던 것이다!"


 가능하다면 양쪽 눈을 넘겨주고 싶었지만, 만화경 사륜안을 이식할 땐 정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왼쪽 눈에 대해선 이야기가 다르다, 원래 카카시가 가지고 있던 것을 돌려주는 것이니까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카카시의 차크라 양으로 한 쌍의 만화경을 자유롭게 다루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오비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카카시가 놀란 듯 오비토를 돌아봤다.


 왼눈을 돌려받을 이유를 생각해낼 수 없는 것 같다. 불안한 듯이 오비토를 보고 있다.


 "나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아, 이제부터 5카게에게 처벌을 받는다, 그때, 그 자리에서 처형당한다면 너에게 돌려줄 수 없게 되니까 말이야."


 카카시에게 왼눈을 옮기려면 사륜안을 발동한 상태이어야 한다. 처형이라는 상황 아래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해도, 죽은 뒤 오비토의 눈이 카카시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니 오비토는 지금, 확실히 돌려주고 싶었다.


 "처형? 그런 거, 내가 막겠어!"


 언성을 높이는 카카시에게 오비토는 마치 현실을 제대로 보라고 말하듯 한숨을 쉬었다.


 "5대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대죄인을, 너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카카시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로, 대답을 찾고 있는 듯했다.


 "만에 하나, 이 자리에서 처형당하는 것은 면하더라도, 나는 어딘가의 나라에 수감된 끝에 사형당한다,  너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이게 마지막... 그러니까 지금, 눈을..."


 "오비토, 너는 나뭇잎의 닌자로서 나뭇잎 마을이 재판한다."


 이루어질 수 없다며 포기했던 소원을, 카카시가 별안간 입에 담아 오비토는 혼란했다.


 "몇 번이고 말하게 하지 마! 그건 5카게가 결정지을 일이고 네 생각만으로는"


 "나뿐만이 아니야, 나루토도 사쿠라도 사스케도, 츠나데님도 분명 같은 생각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마을로 데려가겠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단정하는 거지? 이 녀석은 어째서 당치도 않은 소리를,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오비토는 카카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살아서 속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각주:1]


 그것이 죽음보다도 혹독한 길이라는 것을 오비토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그 길이 아직 온전히 남아있다면......


 하나, 곧바로 부정한다.


 "내가 마을로, 돌아갈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 고개 숙인 오비토의 귀에, 지폭천성애서 해방돼 기뻐하는 미수들과 나루토의 소리가 울렸다. 무한 츠쿠요미에서 깨어난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카카시에게 희망을 맡기는 것―.


 "카카시, 잘 들어라, 내 유언이다."


 얼굴을 들어 카카시를 똑바로 본다. 유언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미간에 주름을 잡고, 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와 똑같은 눈을 가지고... 사륜안의 카카시로서, 네가 다음 6대 호카게가 돼라."


 카카시가 크게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앞으로,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을, 이 왼쪽 눈에 비춰주길 바란다..."


 갑자기, 카카시가 오비토에게서 등을 돌린다.


 "아직도 모르는 거냐!"


 카카시는 여전히 뒤를 향한 채, 하늘을 본다.


 모르는 거라면 알 수 있도록 전해야만 한다. 이후, 자신이 죽는다면 더는 전할 수 없다.


 "네가 내 꿈을 이루라고 말했다!"


 그러자 카카시가 맥이 풀린 듯 덜컥 아래를 본다.


 "더는 안 돼, 무리야......"


 카카시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다.


 "이쪽은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데, 자꾸만......"


 뒤를 향한 채로 있는 카카시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듯이, 목소리가 희미해서 잘 들리지 않는다. 오비토는 카카시의 어깨를 잡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 너, 울고 있는 거냐?"


 한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지만, 분명히 카카시는 울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로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 어른이라면, 그건 못 본 척해 줘야 하잖아..."


 카카시에게 그런 말을 듣고, 이건 보면 안 되는 것이라며 고분고분 받아들이고, 다시 카카시의 어깨를 뒤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카카시의 양쪽 어깨에 두 손을 올린 채, 그 등을 응시한다.


 "... 너, 언제부터 그런 캐릭터가 된 거야."


 예전의 카카시 같았다면 만약 울었다고 해도,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든가, 나이가 들어서, 라든가 하는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할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카카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빨리 울음을 그쳐라."


 그렇게 말하며 카카시의 등에 이마를 눌러 댔다.


 "가능하다면, 두 눈을 너에게 주고 싶다만..."


 그 말을 가로막듯이 카카시가 오비토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뒤를 돌아보았다.


 "... 아니, 왼쪽 눈만으로도 충분하다."


 카카시의 눈은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해맑게 웃고 있었다. 좋은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시작한다."


 오비토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사륜안을 발동시켰다.





+++




2. 시체를 짊어질 각오





 무한 츠쿠요미가 해제된 후의 전장, 그곳은 전투 중의 긴박감과는 다른 긴장감과 소란스러움으로 둘러싸여 있다.


 5카게는 지휘계통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면서, 의료반에게 중상자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부상자의 선별을 지시하고, 치료함과 동시에 부상자를 수용하는 텐트를 증설하는 등, 인명을 우선시하는 지령을 내렸다.


 그러한 가운데, 오비토는 즉시 처형을 면할 수 있었다. 저항하지 않는 것을 핑계 삼아, 투항한 오비토를 그 자리에서 죽이고자 습격한 자도 여럿 있었지만, 카카시와 나루토는 물론이고, 카게들도 그것을 저지했다.


 오비토의 이후 처우는, 가설된 연합군 본부의 회의에서 결정된다. 그때까지 오비토는 전장에 임시적으로 유치된다.




 다음날, 즉시 나무로 된 가설 감옥이 완성됐다. 그것은 야마토가 만든 것으로, 오비토는 카카시가 데리고 그곳에 왔다.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오비토는 뒷짐을 진 채 결박되어, 손은 양쪽이 따로 붕대로 감겨있었다. 게다가 움직일 수 없도록 술법으로 봉인되어있다. 머리에는 닌자연합군의 이마 보호대에서 플레이트를 뺀 천이 오른쪽 눈을 덮듯 비스듬히 감겨 있다. 당연히 이쪽도 봉인되어있다.


 그리고 지금, 오비토의 왼쪽 눈구멍에는 카카시의 눈이 들어가 있었다.


 왼쪽 눈을 돌려줄 때, 카카시의 눈을 버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고 어떻게 할지 고민한 끝에, 오비토가 그대로 자신에게 이식한 것이었다. 덕분에 다행히 볼 수는 있다.


 카카시는, 피로함과 고달픔 속에서, 이 감옥을 만든 야마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오비토를 소개했다.


 야마토는 야쿠시 카부토에게 납치당한 이후의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땐 전쟁이 끝나있었다는 듯하다. 그래서 야마도가 알고 있는 오비토의 모습은 가면을 쓰고 있었을 때의 모습뿐이고, 지금의 오비토를 본 순간, 그 변화에 매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검은 머리였죠, 왜 새하얗게 변해버린 거죠?"


 오비토는 저도 모르게 카카시를 보았다. 카카시는 말없이 끄덕인다. 오비토는 지금까지 자신이 흰머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가,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가토와 똑같아......


 아니, 그 녀석은 나뭇잎 마을 습격으로 죽은 마을 사람들 전부를 외도·윤회천생술로 되살려냈다.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던 나는, 결코 나가토와 '똑같'지 않다.




 감옥 주위는 결계로 덮여있어, 야마토 이외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되어있었다. 결계의 반대편에는 광대한 평지가 펼쳐 있고, 그곳이 시체안치장이 되었다.


 오비토는 하루 종일, 격자 창문 너머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한 구, 또 한 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체의 수가 늘어간다. 처음에는 그 수를 세어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불어나 셀 수 없게 된다. 친한 사람인지, 시체의 앞에 쓰러진 채 울어대는 자, 변해버린 모습에 매달리는 자, 비통한 오열과 부르짖음이 감옥에 있는 오비토의 귀까지 닿았다.


 이전의 오비토는, 사람의 죽음을 '죽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무한 츠쿠요미의 세계, 꿈의 세계에서는 죽은 인간이라고 그곳에서 분명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 시절의 오비토에게 죽음은 '사람의 최후'인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죽이는 것에 일절 망설임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오비토는 '사람의 최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무한 츠쿠요미의 세계는 더 이상 실현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죽으면 끝난다는 당연한 일을, 목숨을 구하고, 구원받은 것으로 겨우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린이 죽은 직후부터 줄곧 외면하고 있던 벗어날 수 없는 진리,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오비토는 17년이 걸렸다.


 창문 너머, 가지런히 늘어져있는 무수한 시체를 보면서 오비토는 생각한다.


 이 시체 전부를, 내가 짊어질 수 있는 건가...?


 "우치하 오비토-! 들리나--!"


 시체안치장 쪽에서 누군가 이쪽을 향해 외치고 있다.


 "이 시체 수를 봐라! 너와 마다라가 죽였다! 그런데도 왜 너는 거기서 태평하게 살아있지? 지금 당장 죽어서 사죄해라!"


 그래, 나도 처음에는 그럴 셈이었어, 죽어서 사죄하려고. 하지만, 전사자에게 쓰려 한 윤회천생술을 검은 제츠에게 방해받았다. 그럴 수 없게 된 내 목숨의 가치 따윈 없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죽음을 원한다면, 나는 언제든지 이 목숨을 바칠 각오는 되어있다.


 "뭐가 지옥이야! 이 참상...... 지옥을 만들어버린 건 너잖아!"


 차크라를 끌어당기는 데에 가담했던 닌자인 걸까, 이 광경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이 전쟁은 마다라의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것으로, 나가토의 죽음으로 인해 오비토가 수정한 시나리오였다. 5대국의 닌자 모두에게 절망을 알게 하고, 납득하게 만들어 무한 츠쿠요미를 갈망하게 만들면, 세계의 합의를 얻어 세계를 구원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계 구제, 그렇게 생각하며 시작한 전쟁이었다.


 그래서 전쟁은 마다라의 의사가 아닌 나의 의사, 그 전쟁 아래서 죽은 자는 내가 죽인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 지옥을 만든 것은, 틀림없이, 나 자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오비토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뒤이어 구역질이 나, 무언가 북받쳐 오른다. 식사도 수분도 필요 없는 몸이었지만, 구역질이 나는 일은 지금까지 몇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늘 토한 것은 피, 오비토는 몸을 웅크려 피를 토했다.


 이 정도 일로 토할 때가 아냐.


 이런 욕설, 아직 가벼운 수준이다.


 이제부터, 내가 짊어질 수많은 시체는, 더욱 가혹하고 치열하게, 잔혹하게 나를 책망할 것이다. 그 무게에 짓눌려 뭉개져 미쳐버리든, 온몸의 피를 쥐어짜내든, 끝날 일 없이, 결코 용서하는 일 없이―.




 종전으로부터 닷새, 평지에 가득 늘어져있던 시체가 이번에는 점점 줄어간다. 각자의 마을로 이송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 구석에는 큰 구멍이 파여있었다. 야마토에게 물어보니, 손상이 심해 신원을 판별할 수 없는 시체나 그 일부를 묻기 위한 구멍이라고 했다.


 "내일 저쪽에 위령비를 세우면, 드디어 오비토씨도 출발이에요."


 야마토는 결박된 채 앉아있는 오비토의 몸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어디로?"


 "당연히 나뭇잎 마을이죠."


 오비토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아, 시선을 올려 야마토를 보았다. 야마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의 짐을 덜어낸 듯한 미소를 지었다.


 "연합 본부 회의에서 카카시 선배와 나루토, 사쿠라가 오비토씨가 공적을 세웠던 점을 호소해서, 마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간청했거든요. 그게 공적으로서 받아들여진 건지, 최종적으로는 5카게께서 다수결로 정해 오비토씨는 나뭇잎 마을에서 재판하는 것으로 결정됐어요."


 카카시가 말했던 것이 아무래도 사실이 된 것 같다.


 소원이 하나 이루어졌어...


 나뭇잎 마을이 재판한다면, 아마 사형은 없을 거라고 오비토는 생각했다. 형을 받는 기간은 종신, 아니면 20년, 최단 10년. 세간이 전쟁을 잊을 즈음에 석방될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나뭇잎 마을 상층부가 이 전쟁의 진실을 어디까지 공표하고, 무엇을 은폐할지, 오비토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만일 10년 뒤에도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어렸을 적의 나루토가 좋은 예다. 나루토가 구미의 인주력이라는 것은 비밀 중의 비밀일 터, 그런데도 공공연한 사실로서 마을 안에 퍼져있었다. 그 탓에 아무 죄도 없는 아이가 어른들에게 거북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계속해서 소외받고 있었다. 그런 인간의 본질을 오비토는 싫증이 날 정도로 보아왔다.


 나루토조차 이런 처우를 받으니, S급 전범인 자신이 출소하면 곧바로 처맞아 죽을 테지.


 문득 야마토의 이야기 안에 사스케의 이름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스케는 어떻게 됐지?"


 "야쿠시 카부토가 투항해서, 사스케도 진술 요구에 따라 회의에 출석했습니다만, 그 뒤에, 그는 한 발 먼저 마을로 연행되었습니다, 전범이 아니었다 해도 그에게도 여러가지 있으니, 당분간은 마을에 수감될 테죠."


 "... 카부토는?"


 "카부토도 개심하고, 어제, 카카시 선배가 3인 1조를 구성해 마을로 연행했어요. 사실은 선배, 오비토씨를 호송하는 데에 지원했는데 말이죠, 츠나데님께서 가까운 사람을 함께 가도록 할 수는 없다고 하셔서."


 "그야 그렇겠지..."


 오비토는 카카시의 무른 성격에 코웃음치며, 그럼에도 조금 기뻐서, 츠나데에게 질책받았을 것 같은 그 모습을 마음속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위령비가 세워진 다음날, 오비토는 결박되고, 봉인된 채로, 출발하기 위해 나뭇잎 마을의 방한구인 하얀 망토를 걸쳤다.


 "이미 꽤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이 이상 알려지도록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야마토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비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후드를 씌웠다. 방한구 위에 허리끈이 감기고, 그 끝을 나뭇잎 마을의 상급 닌자가 잡는다.


 오비토를 호송하는 팀은 야마토와 상급 닌자 세 명으로 이루어진 4인 1조, 국경을 넘으면 암부도 여러 명 합류한다는 듯하다.


 카부토가 세 명인데 비해 오비토는 네 명에 또 몇몇이 더해진다, 상당히 신용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오비토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 점을 야마토에게 지적하면, 도망치는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라는 말을 들어, 지킬 가치가 없는 목숨을 지켜야만 하는 호송팀에게, 다소 미안함을 느꼈다.


 밖으로 나가 20미터 정도 걸으면, 멈추라고 명령받는다. 그 뒤에서 야마토가 감옥의 해체에 임한다. 그게 끝날 때까지 여기서 대기할 테지, 오비토는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의, 감청색과 담홍색 두 가지로 칠해진 동쪽 하늘에는 달려나갈 듯한 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아침 공기는 이미 쌀쌀하고, 오비토는 그것을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종전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 전장에 남아있는 닌자들은 얼마 없는 데다, 지금은 이른 아침, 오비토와 호송팀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시체안치장 구석에는 완성된 위령비가 있었다. 누군가 꺾어왔을 터인, 수많은 코스모스 꽃이 바쳐져 있었다.


 위령비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합장할 수도 없을뿐더러, 바칠 꽃도 없다. 오비토는 그 자리에서 왼눈을 감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가을의 특히 높은 하늘 아래, 호송팀은 오비토를 둘러싸듯 전후좌우로 한 명씩 배치되어, 주위를 경계하며 걸어가고 있다. 야마토는 오비토의 시야가 막혀있는 오른편에 있다.


 곧 있으면 마을에 도착한다. 햇살은 서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여기 올 때까지 누구에게도 습격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야마토의 경계심이 강해지는 것을 오비토는 눈치채고 있었다.


 아운의 문이 보이는 직선길에 다다른다. 이와 동시에 지금까지 앞서가며 망을 보던 암부 세 명이, 길 양옆에 있는 숲속에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짝 긴장된 주변 분위기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오비토는 정면만을 응시하며 계속 걸었다.


 높이 솟은 아운의 문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오비토는 결코 문에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아운'은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말이다. [각주:2] [각주:3]


 자신은 무엇이 끝나고, 무엇이 시작되는가―.


 지금까지 마을에는 몇 번이고 와봤다. 하나, 이 문으로 마을에 들어간 적은 없었고, 무엇보다 그것은 '우치하 오비토'로서가 아니었다. '우치하 오비토'로서, 지금부터 이 문을 통과하는 것으로, 18년 전 칸나비 다리에서의 사건이 겨우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길었다, 터무니없이 길었다...


 문득, 문을 향해 걸어가는 미나토와 어린 시절의 자신, 카카시, 린의 뒷모습이, 지금 이곳의 경치와 겹쳐져, 오비토는 무심코 울 듯했다.


 아운의 문을 앞에 두고 감정적으로 되어버린 건가, 긴 시간 동안 강해져왔던 오비토의 긴장감은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긴장을 느슨히 했다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비토는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문 반대편에 카카시가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고문·신문부대장 모리노 이비키. 카카시에게 우는 얼굴을 보이는 것은 울화통이 터질 것 같고, S급 전범이 눈물의 귀향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구분 지을 때엔 끝맺음도 중요하지만, 시작은 더욱 중요하다.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야.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아운의 문, 앞으로 10미터, 오비토는 멈추어 서서, 문을 올려다봤다.


 그런 찰나에 후드가 벗겨져, 얼굴이 드러난다.


 마침 딱 좋다, 얼굴 따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우치하 오비토'로서 이 문을 통과하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비토가 이곳을 통과하기 전에, 몇몇 순직자들이 무언의 귀가를 이루고 있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비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또 한걸음 걸으며 문에 가까워진다.


 지금부터 나의 속죄가 시작된다. 그런데도,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게 해줘......


 문 바로 아래에 접어든다. 그곳을 지나간 순간, 오비토는 소리 내지 않고, 입술만을 움직였다.




 다 녀 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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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루토 68권 656화 '교대' /애니 611화 '우치하 마다라, 일어서다' 참조 [본문으로]
  2. 히라가나 오십음도에서 'あ(아)'는 맨 첫글자, 'ん(운)'은 맨 끝글자로, 나뭇잎 마을 출입문에는 'あん'이라는 글씨가 써있다. [본문으로]
  3. 더불어 산스크리트어로 'अहूँ((a-hūṃ)'은 일본어로 '阿吽(あうん)’이라 음차된다.이는 불교에서 '시작과 끝'을 의미하며, '우주의 삼라만상'을 뜻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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