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사쿠 부부의 아이로 다시 태어난 오비토 이야기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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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중2병을 어떻게든 하고 싶습니다만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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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ももたろう

역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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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어달라고?"

"네, 카카시 선생님께 부탁드리려고 생각했거든요."


사쿠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곧 만삭에 접어드려는 배를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거, 사스케는 알고 있어?


마을에 자주 있지 않는 부하를 제쳐놓고 이름 짓기 같은 걸 해도 괜찮은가.


"물론 허가는 받아냈어요. 그렇지 사라다?"


사쿠라를 지키는 것처럼 옆에 착 달라붙어있는 사라다는 붉은색 안경을 검지로 밀어올렸다.


"이름... 이름 짓기 말이지..."


난처한 듯이 생각에 잠긴 스승에게 사쿠라는 가볍게 웃는다.


"나루토도 4대의 스승으로 있던 지라이야 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셨다나 봐요. 잘은 모르겠지만 유래는 지라이야 님의 소설 주인공이라고 했던가."


지라이야의 책의 팬인 카카시는 물론 알고 있다. 책의 맨 끝부분에 '주인공의 이름은 라면을 먹다가 생각났다'라고 쓰여있던 것을 떠올려, 마스크 밑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나루토도 이젠 영웅의 이름이다. 마을의 아이 이름 랭킹 남자아이 부문 상위를 매번 차지하고 있다.


"이상한 이름[각주:1]만은 자제해주세요."


사라다가 무뚝뚝한 말투로 말한다. 유행하고 있는 이름은 확실히 카카시 입장에서 보면 화려한 인상이 있었다. 아리엘이라든가 쥬게무[각주:2]라든가 시저라든가.


(그런 건 두 사람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 성씨와 잘 어울리고... 어조가 좋고...)


"으~응... 우치하, 우치하, 우치하............... 우치하... 오비토."


슥, 하고 방이 조용해진다. 사쿠라는 약간 얼굴이 굳어졌다. 하필이면 대죄인... 아니 백 번 양보해서 그건 괜찮다. 카카시의 뇌내에서 우치하=오비토인건가. '오리 꽥꽥 병아리 삐약삐약[각주:3]' 같은......


(얼마나 오비토가 좋은거야, 빌어먹을―!!)


카카시도 실언을 한 거라고 생각한걸까, 이상한 말들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오비토를 대신할 이름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같다.


"오비토!! 좋은 이름!!"


사라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뒤이어 말한다.


"오비토... 조금 고풍스럽지만 그 부분이 좋아. 수장, 통솔자라는 의미죠. 우치하 일족의 부흥은 아빠가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인 것 같지만, 나는 언젠가 시집 갈지도 모르고... 그 꿈을 그 아이에게 맡긴다는 의미라면 딱 맞잖아? 그렇지, 엄마?"


완전히 마음에 들어버린 사라다에 사쿠라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뭐 남자애라고만 단정 지을 순 없고... 사스케 군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한 달 뒤 사쿠라는 옥같은 남자아이를 낳았다.




"오비토, 이리 오렴~"


갓 두 살이 된 자기 자식을 양 팔을 벌리고, 싱글벙글 웃으며 부르는 스승에게 사쿠라는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는다. 사라다가 어렸을 땐 현역 호카게였기에 카카시는 매우 바빴다. 지금은 조금 시간이 있는 건지 틈이 나면 오비토를 만나러 온다. 우치하 일족 특유의 새카만 머리카락은 어린아이여서인지 부드럽고 촉감이 좋다. 눈가에는 뚜렷한 쌍꺼풀. 젖은 듯한 흑요석 같은 눈동자. 응, 아들바보라고 불려도 좋아. 말 못 할 정도로 귀엽다.


(나와 사스케 군의 아이지만 말이지!)


그 뒤, 이름 짓기에 대한 문제는 사스케가 맹렬히 반대했다. 오비토로 할 거면 차라리 이타치로 해! 라며 브라더 콤플렉스같은 태도를 발휘하고 있었지만, 사라다가 오비토라는 이름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해 뱃속의 태아에게 말을 거는 형편이니까, 자연스레 사쿠라도 그렇게 부르게 되어버렸다. 어느 가정이라도 엄마와 딸의 태그에는 이길 수 없는 듯하다. 사스케는 마지못해 '남자라면' 이라고 조건을 달아 1/2의 확률에 걸고 있었지만, 결과는 말하면 입아팠다.


"좋아좋아"


오비토를 안아 올려 무릎 위에 태운 카카시는 아무리 봐도 손주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였다. 녹아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정이 넘친다. 오비토도 카카시를 따라 병아리처럼 뒤따라 걷곤 했지만, 최근엔 어쩐지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제 와서 낯가림일까. 쑥스러운 걸까. 카카시에 대해서만 현저하게 그러는 느낌도 든다. 지금도 뺨을 비비려던 카카시를 오비토는 손으로 밀어내고 있다. 카카시는 신경 쓰는모습은 딱히 없지만...

사쿠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갑작스럽게 낯을 가리는 것 이외에 오비토는 두 살이 되어도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사라다 때는 지나치게 빨리 했을 정도인데. 남자아이는 늦는다고 들었지만... 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카카시."


"에?"


사쿠라는 처음으로 듣는 의미 있는 단어에 심장이 뛰었다. 이 혀 짧고 높은 목소리는 설마...... 부모보다도 먼저 이름을 불린 카카시는 한순간 하늘로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다음 순간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성가시다. 그만해, 이 쓰레기가."


두 살짜리 어린애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에 카카시는 돌처럼 굳었고 사쿠라는 게거품을 물고 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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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문은 '키라키라 네임(キラキラネーム)'. 사회 통념에 어긋나거나 특이한 이름 등을 말한다. [본문으로]
  2. ジュゲム, 한국의 '김수한무'와 비슷한 의미 [본문으로]
  3. 원문은 '山といえば川、ツーと言えばカー', A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B 등을 의미 [본문으로]
  4. 원문은 'コテハン', 2ch는 본래 익명 사이트이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스레주를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 해당 스레 한정으로 스레주는 이름을 단다 [본문으로]
  5. 2ch에는 익명사이트라는 점을 이용해 자작으로 일을 꾸며 올리는 스레가 더러 있다 [본문으로]
  6. 원문은 'kwsk', くわしく(자세히)를 뜻하는 줄임말 [본문으로]
  7. 원문은 'ノンケ', 동성애자 은어로 동성애자 기가 전혀 없는 이성애자를 칭함 [본문으로]
  8. '끌올'과 비슷한 느낌. 스레에는 레스가 달리면 게시판 맨 위로 올라온다. 진행중인 스레는 묻히지 않도록 자주 갱신된다 [본문으로]
  9. 원문은 '壺は買いません', 壺(항아리)는 2ch 및 니코동 용어로 2ch에선 사이비 종교에서 사기 목적으로 파는 물건같은 느낌, 니코동에서는 행복을 이루어주는 마법의 항아리라는 밈으로써 사용. '무안단물'과 비슷한 느낌? [본문으로]
  10. 원문은 '天の邪鬼, 아마노자쿠라고 하는 일본의 요괴로 현대에선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는 인물이나 츤데레를 의미함 [본문으로]
  11. '스즈(すず)'와 '린(りん)'은 '방울'이라는 의미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작명으로 추측 [본문으로]
  12. 원문은 'ROM専', ROM은 'Read Only Member'의 약자이며 '읽기만 하는 사람'을 의미함 [본문으로]
  13. 겐페이 전쟁, 일본 헤이안 시대 말기 겐지 일족 및 헤이시 일족 사이 벌어진 전쟁으로 겐지 일족이 이겼다. 이후 가마쿠라 막부가 수립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14. 레스의 갯수가 1000개가 되면 해당 스레드에는 더이상 레스를 작성할 수 없음 [본문으로]
  15. 훈훈한/감동적인 스레의 경우 스레드를 끝낼 때 1000번째라면~ 하는 식으로 스레의 주인공의 행복 같은 것을 빌며 끝내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은밀한 일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797652


오늘은 당신의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904248


호카게와 가면을 쓴 남자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994975#2


작가: 十坂

역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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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일




하타케 카카시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대전 후, 카카시는 6대 호카게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엔 호카게 관저에 산처럼 가득 쌓인 문서들에 현기증을 느꼈었지만, 불행히도 지금 와선 그 광경도 익숙해져 있었다.

 

어느 날 끝나지 않는 전후 처리를 묵묵히 해내고 있던 카카시는 결국 나루토에 의해 억지로 수면실에 던져 넣어졌다. 카카시 선생님은 조금 쉬어야 한다니깐, 이라며 문을 걸어 잠가버려 이젠 연금에 가까운 상황에 크게 저항할 수도 없고, 카카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놓아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이건 어쩔 수 없겠다며 납득했다. 마지막으로 누워 잤을 때의 기억도 꽤나 멀어져 있다. 부하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만든 걸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부드러운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때였다.

 

 

"카카시 씨~, 임무 완료했어요!"

 

 

카카시 이외에는 누구라도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 경쾌한 목소리가 울린다. 간만의 휴식을 방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시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조금 전 뉘었을 참인 몸뚱이를 일으켜 세웠다.

 

 

"수고했어, 토비."



하타케 카카시의 비밀, 문 옆에 서있는 가면을 쓴 남자는 한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이건 모래 마을에서 보낸 편지에요, 그리고 국경 절벽이 무너져서 보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마워."

 

"이야~ 정말로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도 저 해냈잖아요."

 

 

에헴, 하고 의기양양해하는 토비는 어릿광대처럼 보여서 어딘가 우스꽝스럽다. 이리 와 이리 와 하며 손짓하면 고양이처럼 바짝 다가온다. 원하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토비는 진짜 고양이마냥 그르릉거린다. 그대로 손을 토비의 머리 뒤로 쓱 둘러, 가면을 고정시키고 있는 끈을 단숨에 푼다. 토비가 눈치채고 떨어지려 했을 땐 이미 가면이 바닥에 떨어져, 그 맨얼굴은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서 와, 오비토."

 

 

조금 전까지 있던 명랑한 분위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토비―오비토는 얼굴을 찡그리곤 카카시를 째려본다. 대전 때를 생각나게 하는 날카로운 눈빛에도 카카시는 입가가 풀어진 채 실실거린다. 한 번 더 어서 오라고 말해준다.

 

대전 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오비토를 억지로 시공간 안에 숨긴 것은 카카시였다. 오비토는 공식적으론 대전 중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시공간에서 감금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가도록 샜다. 자신이 죽는 것으로 죄를 갚으려는 오비토를 몇 번이고 설득해, 마지막에는 카카시의 고집에 오비토가 꺾였다. 그렇게 해서 카카시는 우치하 오비토로서의 오비토를 죽이고, '토비'로서의 새 삶을 주었다.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그만둬. 우치하 오비토는 죽었어."

 

"둘만 있을 때 정도는 괜찮잖아."

 

"안 돼, 그만둬라."

 

 

쌀쌀한 태도로 뻗은 손을 뿌리치면, 카카시는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마스크 안에서 씩 미소짓다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괴로운 듯 가슴을 부여잡았다.

 

 

"... 읏."

 

"카카시?"

 

 

갑자기 가슴을 누르며 괴로워하는 카카시를 보고 오비토는 흠칫했다. 잘 보면 안색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푸른색에 가깝고, 드러나있는 오른쪽 눈 밑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또 쉬지도 않고 일한 거냐! 그만하라고 했잖아! 의료반을 불러서,"

 

"됐어, 괜찮~아."

 

 

곧바로 달려든 오비토의 오른손을 꽉 쥔 카카시는 빙그레 웃으며 오비토를 올려다봤다. 속았다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오비토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라 침대에 눕혔다. 두 번이나 카카시가 좋을 대로 다루어져, 이젠 저항하는 것도 질린 오비토는 원망스럽다는 시선을 카카시에게 향했다. 그 시선을 계속 못 알아챈 척하는 카카시는 여전히 기분나쁜 미소를 띤 채 오비토를 내려다본다.

 

 

"이봐 카카시."

 

"아무것도 안 할 거니까, 껴안고 자게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좋으니까."

 

"거절한다, 이거 놔. 혼자 빨리 자라."

 

"토비는 저렇게나 솔직한데."

 

"바보 녀석, 그러면 적어도 가면 돌려줘. 그렇게 하면 네가 원하는 대로 연기해줄 테니까."

 

"연기, 말이지."

 

 

솔직하지 못하네, 하고 생각하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가면을 건네주면 오비토는 순식간에 가면을 쓰고 어서 침대에 누우라며 손짓했다.

 

 

"자자, 카카시 씨 어서 자자구요~"

 

"네네."

 

 

말하는 대로 침대에 몸을 맡기면 토비는 카카시의 등에 팔을 둘러 꼬옥 껴안았다. 역시 토비는 솔직했다.

 

 

"어때요? 잘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응, 좋은 느낌이야."

 

 

토비는 체온이 높고, 밀착된 채 남김없이 전해져오는 그 기분좋음에 카카시는 금세 눈꺼풀이 무거워져간다.



"토비, 미안, 나 이제, 잘, 게."

 

"네, 안녕히 주무세요."

 

 

벌써 입을 움직이는 것도 곤란해진 카카시는 토비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잠들기 전의 푹신푹신한 감각에 덮쳐진다. 아까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토비가 카카시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카카시를 잠으로 끌어들인다.

 

 

 

"... 카카시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귓전에 대고 속삭인 말에, 소리 없는 대답을 하고 카카시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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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신의


 

 

"그럼,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괜찮다니까요! 저에 대해선 신경쓰지 말고, 나루토를 잔뜩 축하해주세요!"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마스크를 조금 달싹이던 카카시의 등을 밀어 문 밖으로 쫓아낸다.

 

바이바~이 하고 토비는 과장해서 팔을 붕붕 흔들며 카카시를 배웅했다.

 

덜컹,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토비 한 명뿐인 방에 정적이 찾아왔다.

 

 

10월 10일. 오늘은 나루토의 생일이다.

 

 

 

나뭇잎 마을의 영웅이면서 7대 호카게로 취임한 우즈마키 나루토가 태어난 날이라며, 매년 생일잔치 같은 것을 하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이 날은 부정타는 날이었다.

 

정확히는 토비가, 우치하 오비토가 그렇게 만들었다.

 

구미를 조종해, 나루토의 부모님을 죽이고, 나루토가 마을 전체에서 원망받는 원인을 만든 것은 틀림없이 오비토다.

 

그렇기에, 토비는 자기 대신 카카시가 나루토의 생일을 축하해주길 바랐다.

 

이제 와서 무슨 짓을 해봤자 속죄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해도, 지금 자신의 마음을 나루토에게 전하고 싶었다.

 

생일 축하해, 호카게가 되어줘서 고마워, 폐를 끼쳐서 미안해.

 

전하고 싶은 것은 많이 있었다.

 

고민한 끝에, 결국 한마디 말만 쓰고 토비는 종이를 접었다.

 

직접 전해주지 말고, 7대에게 전하는 수많은 선물들 안에 섞여든 것처럼 하라며 철저히 주의시키고, 토비는 카카시에게 맡겼다.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없이, 그저 한마디만 적혀있는 그 종이를 카카시는 애지중지하며 파우치 안에 넣어서 나루토를 축하하는 잔치로 향했던 것이다.



카카시 씨, 제대로 전해줬을까나.

 

멍하니 생각하며 천천히 시간이 지나는 것을 토비는 조용히 견디고 있었다.

 

밖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들려, 시끌벅적한 소리가 되어 전해져온다.

 

오비토로서 마지막으로 축제를 체험한 것은 이젠 먼 옛날의 이야기다.

 

그 시절에는 린의 유카타 차림에 얼굴이 붉어져, 조롱하는 카카시와 금붕어 건지기로 대결해서 져버리고, 도중에 미나토와 만나 세 명이서 사과 사탕을 얻어먹고.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토비는 눈을 감았다.

 

 

다음에 토비가 눈을 떴을 땐 밖은 이미 캄캄해져있다.

 

밖에서는 여전히 떠들썩한 분위기가 전해져왔고, 문득 비강을 자극하는 화약 냄새와 공기를 진동시키는 감각이, 아무래도 불꽃놀이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곧 있으면 오늘도 끝이 나겠지. 우연히도 시곗바늘은 두 개 다 꼭대기에 다다르고 있었다.

 

분명 카카시는 오늘 내로 돌아오지 않는다.

 

어쨌든 7대의 전 스승이면서, 상사이기도 하고, 대전 때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영웅이다.

 

이곳저곳에서 말을 걸어올 거라는 건 눈에 훤했다.

 

(알고는 있지만, 조금 외로운 것 같다.)

 

문득 샘솟은 감정을 토비는 퍼뜩 고개를 흔들어 부정한다.

 

그런 걸 생각할 자격 따윈 자신에겐 없다고 하는데도 어떻게 해도 사라져주지 않는 그 감정에 토비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뒤 잠시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던 토비는, 덜컹, 하고 돌연히 현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벌떡 일어섰다.

 

도둑인 걸까, 전 호카게를 상대로 꽤나 배짱이 있다.

 

기척을 지우고 현관에 다가간다. 평화로운 시대가 됐다고는 하나 일정한 수의 악인은 존재하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카무이를 발동할 수 있도록 태세를 취하며 현관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토비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관에는 가쁜 숨을 쉬는 카카시가 서있었다.

 

 

"카카시 씨, 왜."

 

"오늘 안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서, 빠져나와버렸어."

 

 

다녀왔어, 라며 싱글벙글해있는 카카시가 껴안아오는 걸 토비는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하면서도 받아들인다.

 

여느 때처럼 익살스럽게 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어어 하며 의미도 없는 말을 내뱉는 것밖에 할 수 없는 토비의 머리를 카카시는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오늘은 나루토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오비토의 기일이기도 하잖아."

 

"... 그런 거,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안 돼, 내가 신경쓰여."

 

 

빙긋 웃으며 토비의 가면을 비켜놓는 카카시는 그대로 자신의 마스크를 벗어내린다.

 

가면 아래서 나나탄 곤혹스러운 오비토의 목덜미에 입을 가까이 대어, 혀로 흰 살갗을 핥아올린다.

 

입에 퍼지는 엷은 맛에서 오비토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카카시는 휴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말이지, 왠지 오늘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오비토가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바보가, 약속은 지켜. 말했을 텐데."

 

"응, 응, 그렇게. 그래도 넌 말이지 언제나 갑자기 사라져버리잖아. 맨 처음 때도, 그때도."

 

"그건,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몹시도 솔직한 오비토의 모습에 카카시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든다.

 

카카시의 구속에서 벗어난 오비토는 서둘러 가면을 고쳐쓰려고 하고 있다.

 

순식간에 손을 뻗어 가면을 빼앗아 저 멀리 던져버리자 오비토는 크게 혀를 차고 카카시를 쏘아보았다.

 

 

"야."

 

"싫어."

 

"토비 쪽이 솔직하다고. 네가 바라는 건 뭐든 해줄게."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오비토가 좋아..."

 

"뭐야 그건, 어느 쪽이든 나다. 차이는 없잖아."

 

 

어이가 없는 듯 눈꼬리를 내리는 오비토에게 카카시는 하지만 이라며 부루퉁해져선 귓전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오늘은 오비토의 기일이니까, 제대로 오비토를 느끼고 싶어."

 

 

귓전에서 속삭이는 내리깐 목소리에 오비토는 등골을 부르르 떨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입술을 부들거리는 오비토에 만족한 카카시는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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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게와 가면을 쓴 남자




6대 호카게와 가면을 쓴 남자의 이야기

 

 

은은한 된장 냄새와 생선이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가 콧구멍을 간질여, 카카시는 잠에서 깬다.

 

실눈을 뜨고 본 시곗바늘은 7시를 조금 넘긴 시각을 가리키고, 슬슬 이쯤인가 하며 카카시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3, 2, 1 하며 세어 간 참에 문이 열리는 기색과 함께, 활기찬 목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카카시 씨~! 일어날 시간이에요오."

 

"좋은 아침, 토비."

 

 

앞치마를 두른 채 카카시의 이불을 기세좋게 걷어낸 가면을 쓴 남자에게 카카시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꽁치예요. 제철이라 살이 올라서 맛있을 것 같아요."

 

"헤에, 정말로 맛있을 것 같네."

 

 

잘 먹겠습니다, 하고 합장한 뒤 젓가락을 잡는 카카시를 토비는 기쁜 듯이 보고 있다. 토비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식사를 하지 않은 토비의 소화기관은 일찍이 본래의 기능을 잃었기에, 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 자신이 먹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토비는 매끼 카카시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한번은 여느 때처럼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카카시를 깨우러 온 토비에게 억지로 만들 필요 없다고 전했던 일이 있다. 자신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만드는 토비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토비는 그 의견을 딱 잘라 거절했다.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예요."

 

 

활짝 웃으며 자자, 먹어요 먹어요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재촉해오는 토비에게 카카시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카시가 식사를 하는 것에 기뻐하는 토비를 보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고, 무엇보다 토비가 카카시를 위해 요리를 만든다는 행위가 사실은 매우 기뻤던 것이다. 그 이후 카카시는 토비의 호의에 점점 응석을 부리게 되었다.

 

 

"응, 맛있어."

 

 

일부러 풍로에 구워낸 거겠지, 약간 숯향이 밴 꽁치는 거칠게 간 무와 잘 어울렸다. 된장국도 카카시의 취향대로 담백하게 끓여졌고, 그럼에도 육수가 제대로 우러나있어 깊은 맛이 났다. 사발에는 작은 가지 절임과 우엉 볶음같은 카카시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쉴 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는 카카시를 보며 토비는 헤헤헤 하며 멋쩍게 웃었다. 

 

 

거의 다 먹어갈 즈음 타이밍 좋게 찻잔이 놓인다. 이 찻잔은 언젠가 토비가 가져온 것이다. 직접 찰흙을 반죽해 만든 거라던 이 찻잔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써보면 신기할 정도로 손에 딱 맞아서, 지금와서는 카카시의 애호품이다. 차를 홀짝이며, 식사를 마친 식기를 쟁반에 담고 있는 토비의 모습을 바라본다. 마치 부부와도 같지만 그렇게 말하면 토비는 왜인지 부자연스럽게 큰소리를 쳐선 어물쩍 넘겨버려서, 모처럼의 분위기가 깨져버리는 탓에 말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마침 카카시가 찻잔 속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실 즈음, 설거지를 끝마친 토비가 다시 돌아왔다.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은 토비의 짧은 검정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옛날부터 변치 않는 이 삐죽삐죽한 머리카락도 카카시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린다. 토비는 저항하지 않는다. 그렇다기보다는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타인에게 애정을 주는 것엔 능숙하나, 받는 것에는 익숙지 않다. 카카시는 그대고 꼬옥 그 몸을 껴안았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 고마워."

 

"... 별말씀을요."

 

 

오늘도 또다시 바쁜 하루가 시작될 테지.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은 벌써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카카시는 가만히 눈을 감고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댔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어째서 피하지 않은거야.



스스로도 꽤나 쌀쌀맞은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감사해야 하는게 맞을텐데. 그는 나를 돕기 위해 굳이 적의 공격을 받아냈으니까. 그러나 지금 나는 틀림없이 눈앞에 있는, 비틀어 떨어진 오른팔을 왼손으로 들어올린 남자, 토비에게 어쩔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물으면 토비는 정말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왜 피해야 하는거죠? 라며 반대로 질문해온다.

 

그의 표정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모르는 것인가, 그러는 척하는 것뿐인가. 어렸을 땐 감정에 따라 계속 변하던 표정은 지금 와선 그 기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얼굴을 덮고 있는 주황색 가면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인생도 크게 관계되어있다. 그리고 아마 그것을 되찾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카카시 씨는 어째서 화를 내나요? 봐요, 벌써 붙었는데."


 

그렇죠, 하며 조금 전까지 몸에서 떨어져 나갔던 팔을 휘두르는 모습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그런 그의 언동에 나는 알기 쉽도록 얼굴을 찌푸렸다. 자자 돌아가죠, 라며 그대로 유야무야해버리려 하는 그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막 붙은 참이라 아직 혈액순환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건가, 평소보다 매우 낮은 체온이다. 시체와도 같은 것에 등골이 오싹하게 서늘해진다. 만약 이게 오른팔로만 끝나지 않았다면. 두려움을 지워내고 싶어,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오른팔을 잡은 손에 꽈악 힘을 준다.

 

 

"카카시 씨?"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싫어라, 카카시 씨도 참!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말아 주세요. 몸 오른쪽의 통각은 아주 오래전에 없어졌고, 무엇보다도 금방 나으니까 괜찮잖아요."

 

"그렇지 않아."

 

"에―."

 

 

알기 쉽게 주눅 든 자세를 취하는 토비는 벌써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또 같은 일을 되풀이해간다. 나를 감싸서 다치는 것으로. 그만의 속죄를 할 셈이겠지만, 나는 그런 짓을 하길 바란 게 아니다. 내가 옭아매버린 탓일까, 그를 해방시켜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토비로서 살아가는 그와 보내는 날들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그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도 할 수 없다. 결국 나도 또다시 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 미안해."

 

 

여러가지 생각이 담긴 내 사과를 이해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토비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가죠, 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 손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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